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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듣는 통쾌한 뉴스!
국방부 불온서적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판매량이 수직상승한다는 소식.
출판가도 불황이라는데 이렇게 멋진 이벤트 만들어준 국방부, 장하다!

국방부의 엉뚱한 닭짓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시계가 거꾸로 돌아도 유분수지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냐 하고 한숨을 쉬었더랬다.
하지만 이 황당한 사건을 유쾌한 이벤트로 확 바꿔버린 알라딘의 센스 가 빛난다.
이래서 알라딘을 못끊는다. TTB가 엉망이 되었다고 읍소하는 메일을 아무리 보내도 감감무소식일 망정...^^

불온서적 리스트를 보니 내가 주변에 추천하고 다닌 책들도 몇 권 포함됐다는 점에서 자부심까지 느낀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지난해 성향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책' 리스트에 빠짐없이 올랐던 책이다. '세계화의 덫'은 몇년 전 세계화를 다룬 책들을 소개해주십사고 교수 몇 분께 부탁드렸을 때, 국방부가 싫어하지 않을 것같은 어떤 원로 교수께서 '시각의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고 추천해주시기도 했다.
2005년 한국이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선정됐을 때 도서전에 전시된 '한국의 책 100'에 꼽힌 현기영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도 불온서적이라니. 할 말을 잃는다. MBC '느낌표'에도 선정됐던 책인데, 그럼 국방부는 이미 그때부터 MBC가 좌파의 소굴이었다고 우기려나...? 게다가 권정생 선생님의 책, 촘스키의 책, 김남주 평전...기도 안 찬다.

80년대에 술자리에서 가끔 떠들던 농담 하나가 생각난다. 시위로 연행된 학생의 집에 들이닥친 경찰이 빨간 책을 압수했다며 의기양양하게 막스 베버의 책을 불온서적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란다더니, '맑스 보고 놀란 가슴, 막스 보고 놀란 꼴'이다.

국방부가 '반 국가, 반 자본주의적'이라며 내놓은 리스트를 보니 딱 그 수준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뒷골목에서 숨죽여 울분을 토로하는 대신 즐거운 이벤트로 확 바꿔 대놓고 놀려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래도 세상이 나아지긴 했다고 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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