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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말하기

좀 움직여 볼까

sanna 2009. 11. 21. 02:54

운동을 열심히 한 이들이 스트레스에 훨씬 더 잘 대처한다.

아직 사람 이야기는 아니다. 쥐 이야기다.

미국의 연구진들이 달리기를 시킨 쥐와 움직이지 못하게 한 쥐의 뇌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 두 그룹의 쥐가 스트레스에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원문 보기: Why Exercise Makes You Less Anxious


실험은 좀 잔인하다. 한 그룹의 쥐는 달리도록 하고, 다른 그룹의 쥐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쥐들이 아주 아주 싫어하는 일, 즉 찬 물에 빠져 수영하는 일을 시켰다. (불쌍한 쥐들…) 찬 물 수영을 마친 쥐들의 뇌를 전부 조사했더니, 달리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뇌세포들을 가진 쥐들이 이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가장 침착한 반응을 보였단다. 이 세포들이 스트레스의 영향에서 일종의 완화 장치의 역할을 하는 덕택에 달리기를 한 쥐들이 더 침착할 수 있었다는 거다.


이런 저런 연구 결과들이 더 있는데, 핵심은 이와 같은 차이가 하룻밤 사이에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의 달리기 실험과 비슷한 결과를 얻어낸 다른 실험에서 딱 3주 달린 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세가 약화되지 않았다. 뭔가 달라진 쥐들은 최소한 6주 이상 달렸다고 한다.


쥐들의 이야기가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 하지만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쉽게 걸려 넘어지는 요즘의 상태가 왜 시작됐는지, 그 원인에 대한 추측이 옳다는 걸 알았다. 운동을 안 해서 그렇다. 이런저런 핑계로 두 달 가까이 꿈쩍 않고 지냈더니 점점 더 야행성이 되어가고, 먼 거리를 걸어야 하면 에혀~하고 한숨부터 나온다. 작은 일에 금방 마음이 상하고, 남들과 주고받은 별뜻없는 대화를 두고, 내가 말 실수를 한 게 아닌지, 상대가 내게 한 말이 사실은 정 반대의 뜻을 담고 있는데 내가 못알아들은 게 아닌지 등등 그딴 일들을 반나절이 넘도록 고민한다. 이런이런......이게 다 운동부족 때문이었던 게야.

나는 마음에 대한 몸의 영향력을 믿는다. 마음에 문제가 생기면 몸부터 움직여야 해결책이 보인다. 니체 아저씨가 남긴 그 숱한 빛나는 말씀 중 제일 맘에 드는 건 이거다.

“가능한 한 앉아 있지 말라. 야외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생겨나지 않은 생각은 무엇이든 믿지 말라. 꾹 눌러앉아 있는 끈기, 이것은 신성한 정신에 위배되는 진정한 죄다.”


결론은 오늘 오후 학교 스포츠센터에 등록했다는 것. 날씨 좋을 땐 내내 꿈쩍 않다가 하필 날씨도 춥고, 바쁘고, 연말이 다가오고 해서 운동이 하기 싫어지는 온갖 핑계거리들이 널려있는 이제사 좀 움직여볼까 생각하다니, 청개구리가 따로 없다….

p.s) 포스트를 올리기 직전에, 저 아래 '몸으로 말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들에서 '청계천 봄길 걷기'를 발견. 확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과 한참 다투다. 4대강 사업 꼬라지가 하도 한심하고 어이없는지라, 그분이 만드신 전시행정의 간판이라 할 청계천에서 룰루랄라하던 경험이 민망하기까지 하다. 도시인들이 제 발로 걸으며 놀만한 곳이 오죽 없었으면 이 옹색한 물줄기 근처에서 놀던 일을 이렇게 좋아했겠느냐, 하는 증거로 안지우고 남겨둔다. (음....쓰다보니 이런 것도 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 대처 능력 결여에서 비롯된 쓸데없는 고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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