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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멋졌다

음악의 안부

sanna 2010. 8. 15. 09:56
아시아의 몇 개 나라를 오가며 사업하는 후배가 있다.
오랜만에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근황을 주고 받다가 허리를 빼끗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나무라듯 가볍게 타박하면서 누워서 들으라고 음악 선물을 보내줬다.
"언니의 아픔을 조금 덜어줄 수 있길 바래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OO야, 무슨 아픔씩이나! 걍 좀 불편한 거라구 ^^;)
누군가로부터 자기가 직접 만든 음악선물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 낯설고 기쁘다. 한 곳에 머물 수 없고 꽤 터프한 일을 하고 있는 후배는 낮에 바삐 돌아다니는 동안 떠오르는 악상을 틈틈이 수첩에 음계로 적어두었다가 밤에 음악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곡을 만든다고 한다. 워낙 관심사가 다양한 오지라퍼(^^)이긴 하나, 음악까지 만들다니...음..대견한 것같으니라구~
음악으로 진통해보라는 후배의 당부와 달리, 이 짧은 곡을 반복해 들으면서 나는 그녀를 생각한다. 아득한 전설같은 대학시절, 웃는 얼굴이 참 예뻤던 그녀, 맵고 당차던 그녀의 말, 오랜 시간을 껑충 뛰어 다시 만난 뒤 양재천변에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던 날 밤의 공기, 깔깔거리던 웃음소리,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을 때 바보 언니라고 나를 타박하면서 그녀가 했던 말, "언니, 우린 행복해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우리 자신은 내버려 두고 그냥 이렇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도록 하자고요.".....

예쁜 내 후배,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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