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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인터넷 없는 주말을 지내보겠다는 결심.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으니 아무리 못해도 최소 세 번은 하지 않겠나 했는데......첫 번째 주말도 제대로 한 건 아니지만, 꼴랑 두 번째인 이번 주말엔 시도해보았다고 말하기도 우스울 정도였다. 완전 실패. 블로그에 첫 번째 주말 이야기를 올리지 않았더라면, 창피해서 아예 쓰고 싶지도 않을 만큼.... 어찌됐든 나와 한 약속이니 그래도 기록해둔다. ~;;;;

 

금요일 저녁 6시~ 토요일 새벽 3시
주말에 인터넷 쓸 일을 미리 예상해서 필요한 사람은 미리 연락하고 필요한 정보는 미리 찾아두었다
. 점 찍어둔 영화 상영관과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고, 일요일 자원봉사자들의 정기 모임에도 알려야 할 일들을 미리 연락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으니, 그건 나의 게으름......;;; 이날 오후까지 내가 일하는 단체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원고를 마감해야 했는데, 다른 일이 늘어지고 딴 짓하느라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담당자에게 자정까지 원고를 이메일로 보내겠노라고 양해를 구했다. 고로 금요일 저녁부터 인터넷 안식일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 물 건너간 셈.
저녁 식사 이후 작정하고 앉아 집중해서 썼더라면, 한 두 시간이면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책상 위에 잔뜩 벌여놓은 일을 끝낸 시간은 토요일 새벽 3. 왜 이렇게 늦어졌을까. 집중이 안 돼 원고 조금 쓰다말고 트위터 보고, 좀 쓰다 말고 페이스북에서 남 참견하고, 급하지 않은 이메일 답장 쓰는 따위의 일들을 반복하다보니 점점 더 집중하기가 어려워졌고, 그래서 시간이 늘어졌다. 이러지 않으려고 인터넷 안식일 운운했던 건데......니컬러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따르면 하루 한 시간 인터넷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뇌의 신경회로 활성화 부위가 달라진다고 한다. 웹 서핑은 다양한 두뇌 활동을 수반하는데 노인의 경우 사고의 예리함을 유지시켜주는 순기능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뇌를 혹사하는 것이고, 그 결과 주의 집중을 하기가 힘들어지고 산만해진다는 거다.
반면, 산만한 이유가
딱히 인터넷 만의 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부터 그랬다. 개학이 코 앞이라 숙제 해야 되는 상황, 오래 준비해온 기획기사 마감을 앞둔 상황이면, 꼭 그 때부터 안 하던 책상 청소를 하고 안 읽던 소설 책을 읽는 버릇이 있다뭔가에 착수해 집중하기까지 대체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산만한 성정의 발로일 수도 있다는 생각.
 
 

토요일 새벽 3~ 일요일 밤

토요일엔 그럭저럭 스맛폰을 잊어버리고 지냈다. 혼자 만족해 하며 나는 비교적 미디어 중독에서 유연한 편인갑다 생각했다. TV도 지난해 3월 이후 1년 넘게 보지 않는다. 대단한 결심을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무엇에든 몰입하고 '미치지 못하는' 성정이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또한 그렇기 때문에 무엇에든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밤에 발생. 약간 골치 아픈 책을 읽다 밀쳐둔 뒤 잠이 오질 않았는데, 갑자기 스맛폰으로 트위터, 페이스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자 사라지질 않는 거다. 술 끊겠다고 공언해놓고선 아무도 안 볼 때 '딱 한 잔만'의 유혹에 시달리는 알콜중독자가 된 심정. 마음 한 켠엔 '딱 한 잔의 유혹에 넘어가면 말짱도루묵'이라는 저항감과, 다른 한 켠엔 '내가 술을 안 끊을 것도 아니고, 딱 한 잔일 뿐인데 뭐 이렇게 까다롭게 구냐' 하는 유혹이 전투를 벌이다가....결국 유혹에 굴복. ㅠ.ㅠ

역시나, 내가 꼭 알아야 할 메시지도, 이 시간에 스맛폰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할만큼 엄청난 내용도 없었다. 금새 시들해져 스맛폰을 멀리 밀어내고, 약간 민망한 마음으로 또 그럭저럭 잊어버리고 지냄.
그러다 결정적으로 망친 건 일요일 오후에 본 영화 '그을린 사랑' 때문이다. 스포일러가 되니 내용을 쓸 순 없고, 암튼 너무 충격적인 영화라서 도대체 감독은 누구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는지,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을 열어 검색을 시작. 그러다보니 어차피 한 번 젖은 몸, 비 더 맞은들 어떠랴 하는 심정이 되어 페이스북 낙서도 하고 이메일 답장도 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감...;;;
마음이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영화 정보 검색이야 할 수도 있는 거고 그것까지 굳이 참을 필요 있나, 중독만 아니면 되지 뭔가를 알고 싶고 찾아보고 싶을 때에도 구태여 기를 쓰고 인터넷을 외면할 필요가 있나 하는 마음. 반면 인터넷을 아예 안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실험 삼아 주말에만 끊어보겠다는 건데 그것도 못할 정도면 정말이지 이건 '연결'에 중독된 것 아닌가 하는 마음...여전히 모르겠다. 조금 더 시도해보는 수밖에.

쓰다 보니, 금요일 점심 때 만난 친구가 '뜻도 모르고 노래 듣는다'고 핀잔하면서 정성껏 해설해준 '호텔 캘리포니아'의 가사 몇 구절이 생각난다.

"We are all just prisoners hear, of our own device......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정말 벗어날 수 없는 걸까.......노래나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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