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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일지,라고 쓰고 보니 좀 객쩍다. 뭐 얼마나 등산을 자주 다니겠다고....;;;

어쩌다 한 번이 되더라도 산에 다녀온 기록을 남겨두려고 한다. 내겐 나름의 '전지훈련'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엉겁결에 연말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기로 덜커덕 약속을 해버린 탓이다.

 

살아있는 동안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둔 내 bucket list 가 있는데, 히말라야 트레킹도 그 중의 하나다. 사실 2007년 신문사 휴직했을 때 가려고 비행기 표 예약까지 해두었다가, 갑작스레 가족의 상을 당해 좌절됐던 꿈이다. 그러다 얼마 전, 대학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다른 친구를 만나 히말라야 트레킹 계획을 듣는 순간 귀가 번쩍 뜨였다. 이 친구는 지난해 뇌수막염으로 두 달간 병원에 입원하면서 사경을 헤맸다. 퇴원 이후 회복을 위해 주말마다 산에 다녔고, 정말 많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를 응원하던 페이스북 친구들이 하나 둘씩 산행을 같이 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들이 내친 김에 히말라야까지 가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친구에게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끼워달라고 손을 번쩍 들었다. 그 프로젝트 그룹에 가입하기 위해 진작 없애버린 페이스북 계정까지 다시 만들었다. 그리하여, 별 탈이 없는 한 내년 새해 첫해를 히말라야에서 볼 예정인 것! 은근 걱정되는 '별 탈'은 형편없어진 내 체력....몰래 혼자 근심하다 얼마 전부터 주 2회 저녁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고, 1년 만에 어제 드디어 다시 산에 올랐다.

 

어제 간 곳은 북한산 족두리봉 쪽. 불광동에서 시작해 족두리봉 - 향적봉 아래 - 구기동 쪽으로 슬렁슬렁 걸어 내려온 세시간 남짓한 산행. 위의 사진은 향적봉 아래에서 바라본 족두리봉이다.

비 온 다음 날이라 하늘이 맑았다. 북한산을 자주 다니는 동행은, 이렇게 시야가 툭 트인 날도 드물다고 했다. 어제 가기 싫은 꾀도 나서 비 온 다음인데 위험하지 않겠냐 물었을 때 그가 "'비가 많이 온 다음 날 산'이라는, 아주 아름다운 경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더니, 그 말이 맞았다.

 

출발할 때 가슴이 두근대길래 산에 오랜만에 가니 가슴이 다 설레네, 어쩌구 했는데 거의 족두리봉 아래에 이를 때까지 계속 두근댔다. 이건 설렘이 아니라 나이 들어 폐 기능이 떨어진 게야....ㅠ 계속 하면 나아지겠지...

가파른 암벽에 겁이 나서 납작 엎드려 기다시피 올라갔다. 족두리봉 마지막 '깔딱' 코스는 엄두가 안나서 아예 올라갈 생각도 안하고 그 아래에서 향적봉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려갈 때도 엎드린 자세로 몸을 숙였더니, 함께 간 친구가 "신발을 믿고 몸을 세우는 게 좋다"고 일러준다.

7,8년 전인가, 등산 처음 시작할 때 날 데려갔던 선배도 똑같은 말을 했다. 신발을 믿고 몸을 세워야 안 넘어진다고. 산행에 익숙해진 뒤엔 그게 가능했던 거 같은데 한참을 쉬다 다시 하려니 어렵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게, 두려울 때 믿고 몸을 펼 무엇이 나에게 있나? 갑자기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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