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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신머리가 없어서 뒤늦게 블로그에 소식 알립니다.

최근에 번역한 책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가 출간됐습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 책 소개 바로가기)

번역책 제목에 '공짜'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원제: The Oneworld Schoolhouse), 책이 싸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드는데요...;;; 헤지펀드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조카의 수학공부를 돕던 영민한 청년이 혁신적인 온라인 교육사이트를 만든 경험과 새로운 교육에 대한 상상을 들려주는 책입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교육의 이런저런 틀을 뒤집으며 저자가 '이게 왜 안돼?'하고 속사포처럼 던지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번역하는 동안 꽤나 재미있었어요. 

이번 책은 공동번역으로 작업했는데, 공동번역자를 대표하여 쓴 옮긴이의 말을 아래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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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 온라인 교육 혁신가의 교실 뒤집기

 

이 책을 번역하기 전에 나는 글로벌 강연 프로그램인 테드 (Ted)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저자의 강연을 먼저 보았다. 똑똑한 인상의 저자가 자신의 온라인 수학 교습 동영상에 달린 이용자의 댓글을 읽어주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랬다. “처음으로 미분을 하며 미소 지었습니다.”


......그걸 하며 웃다니!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까맣게 잊어버렸지만 10대 때 미적분을 배우며 책을 내던지고 싶었던 나로서는 상상 불가능한 경지다. 저자가 만든 칸 아카데미가 세상에 더 일찍 등장했더라면 내 인생도 달라졌을까.


미분을 하며 미소 짓는 것 이상으로 상상하기 어려웠던 교육의 다른 가능성들이 이 책에는 빼곡하다. 저자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질문할 엄두조차 내지 않던 ‘상식’에 도전한다.


예컨대, 왜 모든 학생이 똑같은 속도로 공부해야 할까? 왜 학교에선 교사가 혼자 떠들며 가르치고 숙제는 집에서 혼자 해야 하나? 학생들도 부모들처럼 자기 편할 때에 휴가를 가듯 방학을 가면 안 되나? 왜 같은 나이의 학생들끼리만 모여서 공부해야 하나?


태초부터 지금 이 모습대로 존재해온 듯한 교육의 모든 측면에 저자는 질문을 던지고 거꾸로 뒤집고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자 이렇게 하니까 더 낫지 않아?’하고 묻는다. 그 새롭고 진보적인 비전을 좇다 보면 마음이 설렌다. 배우는 방식이 이렇게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데 왜 우리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걸까?


교육의 역사에 통달하지 않은 독자라면 보편화한 현대 교육이 프러시아에서 비롯된 이야기,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엉뚱하게 초등학생의 과학 숙제 경쟁으로 이어진 사례 등 교육과 관련한 역사와 비화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종종 ‘완전학습’에 대한 저자의 강조가 너무 이상적이고 기준이 높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테드 강연에서 저자는 자전거에 빗대어 이렇게 설명했다.


“미리 강의를 한 뒤 자전거를 2주간 타보라고 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2주 뒤에 와서 ‘자, 한번 보자. 좌회전을 못하는 군. 제동도 잘 못해. 80점!’하고 이마에 C 학점 도장을 쾅 찍은 뒤 ‘자, 이번엔 외발자전거 타기를 해볼까?’ 하고 말합니다. 멍청하게 들리는 이런 일이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좌우로 수없이 넘어지고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 길가에 처박히는 경험을 해보면서 자전거를 타고 균형을 잡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완전학습, 자기만의 속도로 배우는 방법이다. 이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몰아붙이는 가혹한 완벽주의와 다르다. 되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가능한 학습방식이다.


테드 강연에서 마지막에 출연해 저자와 대담을 진행한 빌 게이츠는 맺음말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여러분이 교육의 미래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에게도 이 책을 읽는 경험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상식을 뒤집어 보고 교육의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3년 4월. 공역자를 대표하여 김희경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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