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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삼아 블로그에 남겨 놓는다.

추석 연휴 전날, 아래 붙인 성명서를 썼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널리 퍼졌고 칭찬과 격려를 많이 들었다. 내가 직접 듣진 못했으나 비아냥도 물론 있었을 거다. 

'입장'을 알리려 쓴 성명서지만, 쓰기로 결심한 때부터 줄곧 이 글이 거론될 때마다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그런지 가까운 사람들은 다 알 것이고......여기엔 이 정도만 적어둔다.

성명을 발표하자고 제안했을 때 꺼릴지도 모른다는 내 예상과 달리, 단체 운영위원들은 우리의 유,불리를 전혀 따지지 않고 오직 사안하나만 바라보며 흔쾌하고 신속하게 결정해주었다.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단체들은 많지만, 이런 사안과 관련하여 우리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체는 흔치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건처럼 눈에 띄진 않았지만 이해관계가 상충되거나 입장이 불리해질까봐 다른 단체들은 꺼리거나 피하는 결정을 과감하게 내린 적이 이전에도 몇 번 있었다. 기존의 어떤 영토에도 속하지 않고, 집단에 대한 고정 관념 없이, 상식에 근거해 개별 사안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들이 귀하고 고맙다. 어디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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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에 대해 언론에 드리는 글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논란을 둘러싼 언론보도에 대한 세이브더칠드런의 입장

 

 

안녕하십니까.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120여개 국가에서 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최근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논란을 둘러싸고 일부 언론의 보도가 도를 넘어서 아동 인권 유린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해 일하는 단체로서 사안의 진위와 상관없이 아동의 인권과 존엄성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얼마 전부터 한 신문이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한 아이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친구들에게까지 출생의 비밀을 묻는 인권침해 기사를 잇따라 게재하더니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사진이 무단으로 유포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급기야 17일 또 한 신문에는 아버지 전상서라는 제목을 단 자사 논설위원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우리는 아이에 대한 언론의 인권 침해가 도를 넘어 이제 이 같은 조롱으로까지 치달은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인권 침해를 스스로 방어하기에 무력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공적 약속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일찌감치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6조에서 어떠한 아동도 사생활과 가족에 대해 자의적, 위법적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으며, 현행 아동복지법도 17조에서 아동의 정신적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보도는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가 얼마나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있는지, 우리 사회가 아동의 사생활이나 인격, 존엄성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다시 한번 드러내 보여줍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공직자의 윤리,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등의 가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이 공인도 아니며 성인도 아닌 한 아이의 사생활 정보를 낱낱이 파헤쳐 공개할 근거는 절대로 될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아무리 창작물이라는 설명을 붙였을지언정 해당 아이가 현실에 존재하는 이상 본인의 사생활과 가족, 심지어 본인 이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도, 간섭할 수도 없는 감정과 생각을 추측하여 공적 여론의 장에 내어놓는 것은 아이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자 폭력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알 권리표현의 자유’ ‘진실 규명이라는 미명 하에 누구보다도 존중 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동의 권리가 침해 당하는 폭력적인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언론의 각성과 자제를 촉구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금까지와 같은 언론의 아동 인권 유린 보도가 지속될 경우 제도가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통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3 9 17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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