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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방치해둔 사이, 이런 책도 냈었다. 지금까지 내가 쓴 책들 중 아마 가장 매체의 반응이 좋았고 기간 대비 판매율이 가장 높은 책.

과분한 평가를 받았지만, 그 모든 리뷰와 평을 통틀어 가장 울컥했던 리뷰를 옮겨놓는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함께 일했던, 지금은 둘 다 그곳을 떠나 각자의 길을 가지만 어떻게 사는지 오래오래 지켜보고 응원하고 싶은 후배가 페이스북에 전체공개로 썼던 글. 위 사진은 아래의 글을 쓴 후배를 포함, 같이 일했던 후배들에게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책을 가장 먼저 들고가 건네주고 받은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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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 하는 소개로는 안 된다. 열번 백번을 써도 부족하다. 기자, 작가, 권리옹호부장, 사업본부장 같은 직업, 직책을 열거하는 것도 충분치 않다.

김희경 선배님의 책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무얼까. 책의 서문에는 아동인권 침해를 통해 한 사회를 들여다볼때, '참여자인 동시에 관찰자의 시각으로 내가 맞다뜨린 사건의 이면을' 보고자 했다는 변이 있고, '내가 일을 통해 얻은 경험의 범위 내에서 쓰고자' 했다는 말도 있다.

절반 정도는 이런 문장으로 설명되는 것 같다. 가까이에서 본 선배님은 참여자이자 관찰자인 분, 가깝게도 멀리도 보는 분, 뜨겁게도 차갑게도 보는 분이었으니까.

<이상한 정상 가족>은 아동학대 사건의 뒤를 쫓으며 작가가 걸었던 길 위에서, 6년 넘게 꼬박 이어진 출근과 퇴근 길에서, 출장 길에서, 회의실에서, 책상 박차고 나가 이리저리로 뛰었던 수많은 '현장'에서 씌여진 책이다.

책을 절반 남짓 읽는데 함께 일했던 지난 6년이 그 안에 다 있다. 선배님과 우리는 (나는 같은 부서에서 다소 결이 다른 일을 하긴 했으나 적어도 그 모든 활동의 목격자이긴 하다), 2010년 세이브더칠드런에 권리옹호부를 만들고 아동 권리 침해 문제, 한국 사회가 아동을 어떤 존재로 이해하고 어떻게 대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문제들을 두고 여러 갈래의 활동을 했다. 해외입양부터 아동학대, 체벌 반대, 놀이권, 비차별, 아동삶의질 등으로 이어지는 여러 프로젝트를 만들고 가꿨다.

권리옹호부 6년. 수북하게 쌓은 프로젝트와 활동의 목록이 있고 울분을 토한 순간도 빛나는 성취의 순간도 고르게 있다. 하지만 하나의 궤로 꿰어 정리해 설명해 내기엔 좀 막막한 것이기도 했다. 그 시절을, 우리의 활동을, 빛났던 순간에 우리들 사이를 채운 공감, 절실함, 이해, 전망을 정리하고 그걸 토대로 한국 사회에 더 큰 대화를 청하고 싶었으면서도 그럴 능력이 안 됐다. 블로그 글이나 일간지처럼 조각 글은 쌓여 있지만 그걸 토대로 단행본을 낼 엄두는 안 나는 식으로.

그 조각을 맞추는 작업을 <이상한 정상 가족>을 통해 선배님이 하신 것 같다. 개별의 사건을, 활동을, 그때마다 우리가 사회에 청했던 대화를 하나의 궤로 꿰어 세상에 내놓은 작업. 말은 무성하나 깊은 대화로는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작업을 하신 것 같다.

"나는 가족 내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인 아이를 중심에 놓고 우리의 가족, 가족주의가 불러오는 세상의 문제들을 바라보자고 제안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책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역시 부족한 설명이지 싶다. 매우 개인적인 고백이 될텐데, 김희경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사안도 사안이지만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작가가 거닐었던 사고의 경로를 같이 따라 걷다보면 끝에서는 작가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깊이 납득하게 되는 식으로.

(그래서 나는 선배님과 일하는 동안에는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을 읽지 않았다. 탁월한 여행에세이라는 평을 들었고 지인의 리뷰로도 서점의 진열대에서도 여러 번 봤는데 그때마다 책장을 펼치지 않기 위해 꾹 참았다. 5년 넘도록. 읽고 나면 사람을 이해하게 될테고, 그러면 일하면서 '그 흔한 부장탓'을 할 수 없어지니까. 나만 손해지 싶었다.)

이번 책에도 그 이해라 할 만한 것, 설득력이라 할만한 것이 있는 것 같다. 글에 목소리가 있다는 생각에 닿게 된다. 전문가가 단번에 확 써내려간 글이기보다는 작가가 질문을 품고 사안을 깨우쳐가고 사안의 핵심에 닿아가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글. 완결된 지식을 늘어 놓는 게 아니라 경로를 의심해보고 다르게 걸어보고 탐색한 끝에 생각을 털어놓는 글. 뜨겁게도 쓰고, 차갑게도 쓰고, 단호하게도 쓰고, 열어놓고도 쓰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는 글이라 힘이 있는 것 같다. 덜 부담스럽기도 하고.

출간 축하 인사를 전할겸, 단 몇 줄의 작가 소개와 책 소개로는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끄적였는데 어쩌다 고백이 되어버렸네.
매력은 깊은 존경심에서 비롯된다고 하던데, 별 수 없다. 내게는 이 책이 매우 매력적이다. 인생의 한 시기에 존경하는 분과 일한 복을 누린 나로서는 이렇게 쓸 수밖에. 다른 방식이 없는 것 같다. 아...쑥쓰럽구나.

알라딘 링크: <이상한 정상 가족>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23707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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