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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개인적인 micro culture

sanna 2018. 3. 4. 22:49

며칠 전, 반응이 좋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듀서가 콘텐츠 제작 비법(!)을 설명하는 것을 듣다가.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의 요지는 이랬다.
"계속 뭔가를 생각하고 머릿속에 넣어두면 언젠가 그것들이 연결되는 순간이 온다. 이 순간을 맞이하려면 매일 생각하고 끊임없이 왜?를 묻는 수밖에 없다"

평범한 말이었는데, 갑자기 그 말의  꼬리를 붙잡고 몇 년 전 창조의 절차에 대한 짤막하고 인상적인 글을 읽은 기억이 가물가물 떠오름. 오늘 갑자기 다시 생각이 나서 무려 1시간이 넘는 검색 노가다를 통해 그 글을 찾아냄. (장하다, 나여!)
Brain Picking 에 2012년에 올라온 글이로군.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아 1시간 넘게 검색 삽질을 하게 만든 단어는 personal micro culture였으니. 
이 말은 대충 이런 뜻.
윌리엄 깁슨은 "소설가는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가 아니라 소설에 대한 일반적 경험에 근거해 작가로 다듬어진다"고 말한다. "소설 창작을 배우면서 우리는 무엇을 적절하다고 느끼는지 우리 자신이 습득한 감각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다."
이 '습득한 감각'은 우리가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기쁨, 감정들의 종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자신을 열어놓고 감정을 느끼고 감각을 습득하고 자신의 문화적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깁슨이 말한 개인적 micro culture일 것.

깁슨의 말을 좀 더 쉽게 풀어 말한 사람은 디자이너 폴라 셰어. "디자인은 내 머릿속에 있는 모든 순간과 경험, 모든 영화, 인생의 모든 것들에 의해 이뤄진다."
이 말을 더더욱 일반화하여 말한 사람은 예술가 오스틴 클레온. "당신은 당신 자신이 인생에 들어오게 한 모든 것들의 총합이다."

며칠 전에 우연히 마주친 디지털 콘텐츠 프로듀서도, 소설가도, 창작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ㅠㅠ)도 결국 내가 스스로 가꾼 마이크로 컬쳐에 따라 뭔가를 만들게 될 것이다. 생각이 길을 내기를 기대하면서, 여러 경험과 이야기, 아이디어들이 내 인생에 들어오도록 감각을 열어두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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