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하기엔 추운 영하 7도의 날씨이지만 어쨌든 3월이 되었다. 누군가에겐 시작의 달. 대학에 애매하게 한 발 걸치고 있는 내게도 방학이 끝나고 봄 학기가 시작되는 달. 수업계획서를 계속 수정하고 새로 추가한 교재를 뒤적이며 올해 만날 학생들을 상상해보는 중이다. 날이 춥고 바람 소리는 요란해도 봄 기운을 들이고 싶어 하이쿠 달력을 교체. 2월의 하이쿠는 집안을 오가며 눈에 띌 때마다 어쩜 저렇게 절묘한 표현을 했을까 탄복했더랬다. “별이 날아와 품 속에 들어오는 밤 추위구나” 별이 날아와 품 속에 들어오다니. 겨울 끝자락인 2월 추위의 선득선득하고 차가운 느낌이 곧장 몸에 전달되게 만드는 표현이 아닌지. 2월엔 기온이 높아져 두툼한 패딩을 벗게 됐지만 공기의 찬 기운은 가시질 않고 되레 옷 속까지 ..
(지난해 7월 브런치에 끼적인 글을 옮겨옴. 브런치에도 이거 하나 달랑 쓰고 개점휴업 상태였다….;; 오래 쓰던 블로그의 먼지를 털고 이리로 옮겨온다. 뭔가를 써볼 엄두를 더 내게 된다면 아마추어 극단에서 하는 연습 이야기를 기록해두고 싶다.) 아마추어 극단에서 연기를 한지 2년차. 연기를 정말 못하지만 잘할 필요도 없고, 아무 목표도 없이 그냥 재미있다는 것 하나로 나름 꾸준히 하는 취미활동이다. 올해 4월 "전화벨이 울린다"라는 연극 워크숍 발표회를 했는데 아무 기록을 해두지 않았던 터라, 지나고 나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억이 흐릿해지면 뭔가 제대로 해봤다는 느낌보다 스쳐 지나가버린 것만 같은 기분만 남아서, 이번엔 연습 일지도 쓸겸 (나, 극단 신임 총무;) 가능한 선까지 종종 기록해보자고 마음..
'에이징 솔로'를 2023년의 비문학 한 책으로 뽑아준 성북구에서 '작가와의 만남' 북토크를 가졌던 작년 연말의 어느 날. 지난해 마지막 북토크였던 이날 모임에서 내 책의 표지로 만든 북 파우치를 선물로 받았다. 한 독서 동아리 회원들이 '에이징 솔로' 책 이야기를 나누며 표지 그림을 자수로 떴다고 한다. 겨울날 모여 앉아 바느질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만한 책으로 봐주셨다니... 너무 좋으면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또 불쑥. 하마터면 울 뻔 했다. 겨울비가 퍼붓던 밤, 뱅쇼까지 끓여 훈훈했던 이날 모임으로 지난해 3월 중순 책 출간 이후 27번 진행한 북토크가 모두 끝났다. 어디를 가든 참여자들이 수동적 청취자에 그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해서 '대화형' 모임으로 진행됐던 경험이..
어제 분에 넘치는 큰 상을 받았다. 서울 성북구는 2011년부터 해마다 ‘한 책 읽기’ 독서운동을 해왔고 올해 처음으로 비문학 한 책도 선정했는데, 내가 쓴 책 〈에이징 솔로〉가 뽑혔다. 행사장인 성북구 꿈빛극장으로 가는 4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와서 같이 즐기는 행사였다니. 성북구 한 책은 주민들이 구성한 ‘한 책 추진단’이 1년 가까이 추천 책들을 모아 토론하고 최종 후보들을 좁혀가면서 그중 한 권을 고르는 책이다. 대표 한 책과 어린이 책 외에 올해 시작된 비문학 한 책을 선정하기 위해 추진단은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이라는 주제 하에 이 주제에 맞는 책 125권을 추천받아 그중 4권을 최종 후보로 골..
여섯번째 책 ‘에이징 솔로’가 나왔다.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의 나이 드는 법에 대한 책. 나 자신과 내가 인터뷰한 비혼 여성 19명의 이야기를 엮고, 노년에 다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더 들어본 책이다. ‘이상한 정상가족’이 가족 내 약자인 아이의 편에서 가족을 바라본 책이라면, ‘에이징 솔로’는 가족 바깥(이라고 간주되는) 비혼의 편에 서서 가족 문제, 더 나아가 가족을 이루지 않은 사람이 성인의 생애과제들에 대처하는 방식을 살펴본 책. ‘슬픔의 방문’을 쓴 장일호 시사인 기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작가가 추천사를 써주셨는데, 두 추천사가 넘 좋아서 계속 들여다본다. 지금 혼자이거나 언젠가는 혼자가 될지도 모를 분들께 쓸모있는 참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안고, 책을 세상에 내보낸다.
6년 만에 저자 소개 글을 쓰는 중. 호기롭게 맨 앞에 ‘논픽션 작가’라 써놓고 왠지 부끄러워 한참 동안 컴퓨터 주변을 관심 없는 척 오가며 깜빡이는 커서를 힐긋거렸다. 여섯 번째 펴내는 책이지만 출간 간격이 지나치게 성긴 탓에 나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기가 영 쑥스럽다. 책을 펴낼 때마다 책 특성에 맞는 소개 글을 쓰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인터넷 서점에선 최근작 저자 소개가 예전 책들에 다 덮여 쓰이므로 예전의 소개 글이 다 사라진다. 온라인 시대엔 어느 책에 붙어도 어색하지 않은 간단한 저자 소개가 낫다고 결론 내면서, 번개같이 소개 글을 마치고. 재미 삼아 예전에 책마다 (이력 소개 빼고) 다르게 쓴, 이제 종이책 말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저자 소개를 모아보았다. 네...저는 한때 저런 사람이었습..
태어나서 처음 연극무대에 서봤다. 9월 24일 '극단 85'가 춘천 연극제의 생활연극 경쟁부문인 소소연극제에 나갔다. 2월에 공연했던 “망각은 진화를 결정한다”를 20분으로 축약한 버전으로. 어쩌다가 연기를 처음 해보는 내가 여자주연을 맡았고, 내 상대역으로 남자주연을 맡은 친구가 우수연기상을 탔다. 취미생활이지만 잘해보려고 모두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였고 참가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는데, 상까지 타서 아주 신났던 춘천행이었다. 연극제를 앞두고서는 대사를 까먹는 악몽을 몇 번 꿀 정도로 무대가 두려웠는데, (물론 입장할 땐 떨렸지만) 되레 무대에 올라 조명을 받고 관객 앞에서 하는 연기가 연습 때보다 더 큰 몰입감을 갖게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봤자 ‘발 연기’에 불과했지만. 이 경험을 즐기고 싶은 기분에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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