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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테러를 일삼는 트롤(Troll·인터넷에서 일부러 파괴적 행동을 일삼는 해커, 악플러, 키보드 워리어 등을 통칭하는 말)들의 행동 논리가 ‘인터넷 우생학’으로까지 발전했군요.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 매거진엔 ‘우리안의 괴물들’ 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제목이 ‘The Trolls Among Us’인데 직역하면 ‘우리안의 트롤들’이지만, ‘트롤’이 괴물을 지칭하기도 하므로 ‘우리안의 괴물들’같은 중의적 표현을 의도한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어쨌거나~.

사이버테러를 그냥 개탄한 기사가 아니고 트롤들을 직접 인터뷰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심층 인터뷰라 아주 재미있습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전설적 트롤들은 아예 사진촬영에도 응하고 커밍아웃을 하는군요. 나름 논리도 개발하고 점점 외곬인 ‘확신범’으로 치달아가는 듯합니다. 아....전 정말 '확신범'들이 무서워요. 원문이 꽤 긴데 간단히 요약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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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들은 다 쓰레기다. 파멸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떠났으면 좋겠다.”


이유 없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이버 테러가 미국에서도 점입가경이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최근호에 ‘우리 안의 괴물들’이라는 제목 아래 점점 번져나가는 제목 아래 점점 번져나가는 트롤(Troll·인터넷에서 일부러 파괴적 행동을 일삼는 해커, 악플러, 키보드 워리어 등을 통칭하는 말)을 집중분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그간 익명 뒤에 숨어있던 트롤들을 직접 인터뷰해 눈길을 끈다. 악명 높은 한 트롤은 인터뷰에서 “트롤링(사이버 테러)은 인터넷에서 (열등한 인자를 솎아내는) 우생학”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하기도 했다.


트롤들의 공격은 인터넷에서 시작해 오프라인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2년 전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의 7학년 학생 미첼 헨더슨은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친구들은 헨더슨의 이야기를 웹에 올렸다. 이와 함께 트롤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미첼이 숨지기 전, 자신이 운영하던 미니홈피 ‘마이스페이스’에 잃어버린 아이팟 이야기를 올린 것을 발견한 트롤들은 ‘미첼이 아이팟을 잃어버려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는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미첼에 대한 조롱으로 퍼져 나갔다.


한 트롤은 미첼의 마이스페이스를 해킹해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를 미첼의 얼굴에 합성했다. 또 다른 사람은 미첼의 묘지에 아이팟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이를 인터넷에 올렸다. 급기야는 미첼의 부모에게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미첼인데 저 지금 묘지에 있어요” “내가 미첼의 아이팟을 갖고 있어요”같은 아이들의 악의적 장난 전화다. 이런 전화는 1년 반 동안이나 계속됐다.


이 기사에서 인터뷰에 응한 악명 높은 트롤 제이슨 포츄니는 자신의 트롤링이 “인간행동에 대한 사회학적 질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가을 미국판 온라인 벼룩시장인 ‘크레이그스리스트’에 근육질 남자를 찾는다는 장난 광고를 올렸다. 100명이 넘는 남자들에게 응답이 오자 포츄니는 그들의 이름과 사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를 인터넷에 공개해 버렸다. 이 때문에 2명이 직장을 잃었다.


포츄니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미주리의 13살 난 소녀 메건 메이어가 마이스페이스에서 사귄 남자친구에게 차인 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소년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메이어 친구의 어머니인 로라 드류로 밝혀졌다. 드류는 메이어가 자기 딸에 대해 무슨 악담을 하는지 알아내려고 가상 인물을 만들어낸 것.

신원이 밝혀진 뒤 드류와 그녀의 가족은 트롤들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드류의 이메일주소와 사진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됐고 죽이겠다는 위협이 뒤따랐다.


그러자 이번엔 드류를 옹호하는 블로그가 나타났다. 메이어의 동급생을 자처한 블로그의 주인은 “메이어가 꾸며대길 잘하고 성격이 불안정하므로 그녀의 죽음에 드류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포스트에서 블로그 주인은 “내가 로리 드류”라고 털어 놓았다.

이 글에는 댓글만 3600개가 넘게 달렸다. 폭스와 CNN은 블로그의 정체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고, 당국은 수사를 벌였으나 주인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포츄니는 자기가 그 블로그를 만들었노라고 실토했다. 기자 앞에서 그 블로그를 열어 자신이 관리자임을 보여준 포츄니는 “메이어의 죽음 이후 만들어진 사이버괴롭힘 방지법안의 실효를 시험해보기 위해” 이 같은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이버괴롭힘 방지법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걸 입증했다”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고 해서 기소할 수 있나? 왜 사람들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이게 진짜일 거라고 가정하느냐”고 반문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의심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 경향 때문에 트롤링이 가능하다는 것. “너는 형편없다”고 공격당할 때 자신이 그렇지 않음을 확신한다면 웃고 말테지만, 스스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트롤링에 ‘낚이게’ 된다. 트롤링은 우리 자신의 상처 위에서 번성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등장한 또 다른 전설적인 트롤은 1년 전 샌디에고에서 열린 해커들의 모임에서 이름이 알려진 뒤 수사의 표적이 되자 이름도, 직업도 없이 콘도를 떠돌면서 생활한다. 그는 ‘조직’이라고 부르는 해커, 트롤들의 집단에 속해있고 트롤링을 통해 연간 1000만 달러를 번다.

그는 “사회가 맬더스가 말한 인구학적 위기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마땅하다고 떠벌렸다. 또 트롤링이 “인터넷 우생학”이며 자신은 수천만명의 사회보장번호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인터뷰 한 달 뒤 그는 이 기사를 쓴 기자의 사회보장번호를 알아내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트롤들이 저지르는 천태만상을 드러내 보여주면서도 이 기사는 “인터넷에는 아직도 자정기능이 있다”고 진단했다.

1994년 국제기구인 ‘인터넷 소사이어티(ISOC)’는 스팸이 네트워크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인터넷은 여전히 강고하다. 기사는 “인터넷의 기반인 공유와 관용의 가치를 갉아먹는 트롤들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터넷의 놀라운 성공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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