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6시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만두자’였다. 현기증이 일고 식은땀이 난다. 이러다 죽겠다..겁이 덜컥 난다. 그대로 누워 있으면 일어나기 더 힘들 것같아 겨우 몸을 일으켜 수련장에 갔다. 사범 설명을 들으니 오늘은 등산을 간단다. 해발 885m의 백운산을 오른다고. 아니, 4일째 굶은 사람들을 데리고 등산을 간다고? 미쳤나? 난 안간다. 단식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며 아침체조와 명상을 따라 했다. 그런데.... 신기하다. 기진맥진한 뇌가 생각을 멈춰버린 모양인지, 드디어 명상시간에 잡념없는 집중이 되는 거다! 흔히들 명상을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실제로 해보니 그건 도무지 고수가 아니고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그게 어떤 상태인지 감조차 잡히질 않는다. 내가..
둘째 날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 명상, 된장찜질, 관장, 냉온수욕을 하고 산에 올랐다. 공복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 명상은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체조를 한 뒤 단전호흡 비슷한 방식으로 하는 명상이다. 전체 기간 동안 이 명상이 나는 가장 상쾌했다. 집중을 잘 하질 못하는데 그나마 이 명상을 할 때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호흡을 관찰하며 하는 방식의 명상이 가장 쉽기 때문에 그런 듯....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근처 산 중턱까지 등산을 하는 것. 그냥 가는 게 아니고 한 사람은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이 인도해 올라가야 한다. 일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조건. 산길을 올라가는 것이라 쉽지 않다. 눈을 감은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인도하는 것이 굉장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상대방 발 앞의 돌을 내 발로..
약간 무리를 해가며 얻은 휴가 1주일 동안 내가 갔던 곳은 명상&단식 캠프다. 6일간 단식하며 명상 훈련을 했고, 지난 주 금요일부터 맑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 사는 데 그렇게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절감한다. 몸과 머리가 모두 가벼워 아직까지는 만족스러운 상태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누가 깨워주지 않으면 잘 일어나지도 못한다. 밤이면 낮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2,3일에 한번 꼴로 술을 마신다. 인생의 전반부가 끝나가고 후반부를 시작해야 하는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회의로 잠도 잘 오질 않았다. 정신없이 바쁘던 지난 연말 어느 날 밤, 그로기 상태로 집에 돌아온 뒤 드러누워 몽상을 하던 도중 머리와 몸을 다 비워버리면 뭐가 남을까, 하는 뜬금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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