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6코스 제지기 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하루 전만 해도 날이 흐려 눈 덮인 위쪽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 날은 운이 좋았다. 제주도에 꽤 자주 가는 편인데 한동안 사진으로도, 글로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제주 올레도 전체를 다 걸어보고 싶단 생각은 있지만 완주의 기록을 굳이 '달성'해보려는 목적 없이 여러 코스를 반복해 걷기도 하고 일부 구간만 걷기도 하다 보니, 어디를 몇 번 갔는지 가보지 않은 곳은 어디인지 그런 것들이 가물가물 잘 생각나지 않는다. 2년 전만 해도 코스를 좔좔 외우고 다녔는데...... 그러고 보니 원고청탁을 받거나 일 때문에 꼭 써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글을 쓰지 않은 지도 꽤 오래 되었다. 페이스북에 가끔 끼적이긴 하지만 글이라 하기도 뭐한 장난기 어린 낙서들. 그곳의 ..
10코스_송악산에서 본 형제섬 가을 제주. 좋았다. 말그대로 힐링 여행. 일부러 정해둔 것은 아닌데, 지난해 말부터 서너 달에 한 번 꼴로 제주 올레를 걷는다. 뭔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절박한 느낌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 충동적으로 제주행 비행기표를 끊는데, 그게 묘하게도 서너 달에 한 번씩이다. 얼추 그 간격으로 항아리에 물이 차듯 스트레스가 넘실넘실 차오르는 걸까. 이번에도 그랬다. 야근을 하던 중, 6월에 제주를 같이 갔던 후배가 가을 제주를 보러 가겠다는 트윗을 띄운 걸 보고 곧장 연락해 후다닥 날을 잡고 일사천리로 표를 끊었다. 이번엔 아예 월요일 휴가를 내고 기간을 길게 잡았다. 덕분에 올레 9, 10코스를 걷고 8코스도 역방향으로 걷다. 9코스_솔밭길 9코스를 걷기 시작한 날 아침, 걷는..
제주도 서쪽 저지곶자왈을 지나는 14-1 코스는 제주올레 홈페이지에 난이도가 '상'으로 분류돼 있고 아마 가장 많은 주의사항이 적힌 코스가 아닌가 싶다. 길을 잃을 위험이 있으며 식당 상점이 전혀 없고, 통신장애도 발생할 수 있으며, 여자 혼자는 위험하다... 출입이 제한된 문을 더 열어보고 싶은 것처럼 올레코스를 고를 때마다 이 코스를 자주 기웃거렸더랬다. 여긴 언제 가보나... 그러던 중 우연히 제주올레 행사 안내 메일에서 22일 14-1 코스 함께 걷기 행사를 발견하고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비행기 표를 샀다. 엄마 칠순 기념 가족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온 지 2주밖에 안되었는데, 그땐 렌트카 여행이라 올레를 걷지 못했으니까 빼먹은 걸 하러 가야지 하는, 말이 되는 것도 같고 안 되는 것도 같은 ..
제주 신천리 바닷가 신천목장 (올레 3코스) 제주 표선 해수욕장 (올레 3코스) 비양도가 보이는 협재해수욕장 (올레 14코스) 제주 바다의 서로 다른 색채. 동쪽 올레 3코스의 신천리 바닷가와 서쪽 올레 14코스의 협재 해수욕장. 1.5일의 짧은 일정에 제주도 한복판에 자를 대고 가로로 금을 그으면 맞닿을 만큼 동서로 떨어진 곳을 다녀온 이유는.......미련하기 때문이다. 14코스 쪽에 숙소를 잡고도, 1주일 전 한겨레신문에 나온 신천리 바닷가 풍경 (바로 이 기사)에 홀딱 빠져 동쪽 올레 3코스를 걸어야지 했다. 문제는 그러면 숙소를 취소하고 동쪽으로 잡아야 하는데, 선불로 숙박료를 모두 납부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할 때까지 그 생각을 한번도 하지 못했단 점.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일로 정신이 없어 ..
새벽 2시. 얼른 자야 할 시간에, 안 잘 거면 밀린 일을 하는 게 나을 시간에, 이런 사진이나 올리고 있다니... 뭔 짓이람. ㅠ.ㅠ 턱 밑까지 들어찬 일들을 어서 해치우고 저곳으로 떠나고 싶다. 주말 제주 비행기표를 예약해놓았다. 인천 앞바다에 배만 들어오면, 하는 심정으로 이번 주만 지나면! 을 되뇐다. (그럴 시간에 일할 생각은 안하고...) 상상만 해도 질릴 분량의 일들이 눈 앞에 놓여 있지만...... 어쨌든 이번 주만 지나면! 지난해 말 한라산에 가기 전날 걸었던 제주올레 12코스. 생이기정 바당길에서 차귀도를 내려다보며 함께 간 친구가 만들어준 위스키 커피를 마셨다. 그 맛이란! 이번 주말엔 내가 다른 친구를 위해 그걸 준비해서 가야지. 올해는 되는대로 제주올레를 다 걸어볼까 한다. 처음엔..
한 해 끝자락에 오른 겨울 한라산. 원래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려던 계획은 무산됐고, 히말라야 몫으로 아껴둔 휴가를 한라산행에 썼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오르지는 않았고 윗세오름까지. 영실-> 윗세오름 -> 어리목의 코스. 국립공원 홈페이지와 여러 사이트들 검색해보니 4시간 반이면 충분하다는 코스인데 나는 6시간이 걸렸다. 두리번 거리며 구경하고 느릿느릿 걸었는데 몸에 무리가 없고 적당하다. 한라산의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영실에서 올라갈 때만 해도 자욱한 구름 때문에 백록담이 있는 봉우리도 못볼 줄 알았다. 그런데 구상나무 숲을 빠져나오니 두둥~ 눈앞에 펼쳐지는 전경! 운무가 몰려오고 휘몰아 사라지는 변화의 속도가 장난 아니다. 영실에서 올라갈 땐 구름(운무인지, 가스인지, 눈보라인지…)이 몰려들어 ..
9월 초, 3일간 친구들과 제주 여행. 강정마을을 함께 다녀오고, 올레길 20코스를 함께 걷고, 용눈이오름, 섭지코지, 두모악 갤러리, 거문오름, 곶자왈 숲길, 사려니숲길을 돌아다니고, 함께 사우나를 하고, 흑돼지구이의 맛에 감탄했던 여행. 열아홉 살 때 만나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이다. 트렌드에 발맞춰 살아가는 데에는 영 관심 없는 아이들이라, 그 흔한 트위터, 페이스북 하는 애들도 없다. 얘네들과 함께 있으면 트위터도 블로그도 하고, 한참 전 탈퇴해버렸지만 페이스북도 했었고, 이메일도 자주 체크하는 내가 엄청나게 디지털 문화에 빠삭한 사람이라도 된 듯한 기분. 끼리끼리 논다고, 죄다 나처럼 무뚝뚝하고, 살가운 감정 표현 같은 거 없고, 심지어 이메일이나 문자에 답신도 거의 안해서 가끔 울화통이 터..
함박눈이 야자수와 함께 있는 곳. 이런 길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말로만 듣던 제주 올레길 을 다녀오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토요일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종일 눈이 내린단다. 눈보라가 치는 길을 어떻게 걸을까 걱정하면서 출발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눈덮인 외돌개 산책로를 조금 벗어나니 야자나무가 즐비하게 들어선 산책로가 나타난다. 완전히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다. 눈을 맞는 들국화와 귤나무. (기억이 맞다면) 범섬을 바라보며 걷는 올레코스. 들국화와 억새 덕분에 이 코스는 가을길 같다. 맑은 날 제주도 걷기 여행도 멋질 테지만, 눈보라가 치던 날 올레길 걷기도 근사했다. 다른 방식으로는 도저히 겪을 수 없는 사계절을 짧은 시간 안에 두루 체험하는 기분이다. 바다의 모양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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