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년만의 잡담 포스팅. # 2월말에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는 공사를 했는데, 젤 맘에 드는 건 이 액자를 제자리에 걸어둘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34일간 걸어간 끝에 산티아고에서 받은 순례자 증서. 졸업사진이고 상장이고 예전 결혼사진이고 뭐고 오로지 나하고만 관련된 걸 내 손으로 액자에 넣어 벽에 붙여본 건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컴퓨터 스크린을 들여다보느라 눈이 아파질 때마다 고개를 들어 저 액자를 본다. 4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액자를 볼 때마다 눈 앞에 펼쳐지는 구불구불한 길. 사방을 둘러봐도 풀과 나무 뿐인 평원에서부터 자궁처럼 깊은 숲길까지. 언제 다시 갈 수 있게 될까. 잊지 못할 길. 지금도 늘 걷고 있는 길. # 이번에 공사 하면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20권씩 포장한 책 11박스를 팔았다..
(이거 참 민망해서리....흠흠..목소리를 다시 가다듬고...) 제 책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에 대해 말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성공회사회교육원과 한국출판인회의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인 '독서대학 르네21'에서 금요대중강좌를 운영하는데요. 10월의 주제가 '여행'입니다. 모두 네차례의 강좌가 열리는데 저는 그 중 두번째를 맡아 10월 8일 밤에 합니다. 강좌를 하는 다른 분들이 워낙 쟁쟁하셔서 제가 낄 자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건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경험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맡게 되었습니다. 가을 강좌이지만 지금 신청을 받는 중이라 미리 말씀드려요.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 들러보세요~ 강좌 자세히 보기
옛날에 두 대의 소시지 기계가 있었다. 한 대는 열심히 돼지고기를 받아들여 소시지를 만들었지만 다른 한 대는 '돼지가 나한테 무슨 소용이람' 하는 생각으로 돼지에 대한 관심을 끊고 자기 내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내부는 더 공허하고 어리석어 보였다. 결국 이 기계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 버트란트 러셀 '행복의 정복'에서- 석달 전,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을 때 나 자신이 텅빈 내부만 들여다보는 소시지 기계처럼 느껴지던 날들이 있었다. 걸으면서 본 것이 오직 나 자신 뿐이었던 날들. 내 자책, 내 후회, 내 불안...그러려고 길을 떠난 것이 아니었는데도. 낯선 풍경과 사람들, 세상의 무수한 사건들은 내가 관심을 기울일 때에만 내 경험이 된다..
산티아고에 대해 뭘 더 읽을 필요가 있을까. 프랑스 생장피드보르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에 이르는 순례길. 이미 그 길 여행기 3권을 읽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부터 시작해 도보여행가 김남희 씨의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산티아고 편’, 미국 수녀님인 조이스 럽의 ‘느긋하게 걸어라’까지. 이젠 눈을 감으면 순례자 숙박소 앞의 풍경, 길가의 우물까지 떠오를 정도다. 그런데도 자석처럼 이끌려 목록에 한 권을 더 추가하게 됐다.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책을 읽고 난 뒤, 사는 일처럼 길 역시 누가 걷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수십 번씩 변주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독일의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쓴 이 책의 소문은 국내에 번역되기 전부터 들었다. ..
내가 기록해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중 하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프랑스 생장피드보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의 길.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던 길. 언제부터 그 길을 마음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일상을 떠나고 싶을 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내 모습을 몽상했다. 그러다.... 시들해졌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통해 이 길이 점점 유명해졌고, 급기야 3년 전쯤인가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여행가 김남희씨가 오마이뉴스에 쓴 산티아고 순례기 연재를 보고, 에라, 안되겠다, 마음을 접었다. …좀 이상한 일이다. 깃발 꽂으러 가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나 가는 길이면 내가 ..
- Total
- Today
- Yesterday
- SNS
- 블로그
- 여행
- 1인분
- 몽테뉴
- 중년의터닝포인트
- 스티브 잡스
- 알라딘 TTB
- 산티아고
- 세이브더칠드런
- 인생전환
- 페루
- 차별
- 엘 시스테마
- 인류학
- 김진숙
- 서경식
- 중년
- 글쓰기 생각쓰기
- 단식
- 조지프 캠벨
- 김인배
- 제주올레
- 영화
- 사랑
- 다문화
- 김현경
- 인터넷 안식일
- 책
- 터닝포인트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