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연휴에 심하게 앓았다. 꼼짝 못하고 드러누워 계속 비몽사몽. 정신이 혼곤한 와중에 잠깐씩 깰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도 보고 책도 들췄는데, 사람들의 봄 나들이 자랑, 불타버린 대한문 앞 쌍차 분향소, 책 속의 아름답고 비통한 이미지들이 마구 뒤섞여 꿈속으로 몰려들어왔다. 깨어 있는 상태와 꿈 속이 분간이 안 될 지경.... 그렇게 읽은 책이 서경식의 '나의 서양음악순례'다. 내가 좀비 같은 상태여서 제대로 읽었는지나 의심스럽고, 클래식에 문외한이지만, 참 좋은 책 (이렇게 말하려니 좀 황당하긴 하다..). 의도한 건 아닌데 10여 년에 걸쳐 서경식의 '소년의 눈물', '나의 서양미술순례', '나의 서양음악순례'를 다 읽게 됐다. 세 권의 책을 늘어놓으면 섬세한 내면, 다소 우울한 감수성을 지..
이 책은 원제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보다 번역제목과 부제 (비통한 자를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가 훨씬 좋다. 게다가 비통, 민주주의, 마음...대선 이후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들이 아닌가. 대선 전에 한 번 읽은 책이지만, 대선 이후 마음이 요동칠 때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왜 그렇게 마음이 심란했을까. 평소에 별 관심 없던 정치가 왜 나의 일상적 감정에 그토록 큰 영향을 끼친 걸까. 개인적으로는 대선 다음날 내가 작은 사고를 쳤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선 결과로 뭐라 말할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른 상태에서 회의에 갔다가, 나보다 연배가 한참 높은 분과 언쟁 끝에 그에게 아주 거칠게 대했다. 그 분 의견이 말도 안 되게 들려 열이..
블로그에 놀러 오신 분들께 알립니다~ 제가 번역하고 해설한 책 '푸른 눈, 갈색 눈'의 저자와의 만남 열립니다. 10월 17일 (수) 저녁 7시반.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1층 카페 통인입니다. 참여연대 가을문화프로그램으로, '참여연대와 한겨레출판이 함께 하는 저자와의 만남'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행사 제목은 '저자와의 만남'인데, 사실 전 '저자'가 아니고 '번역 & 해설자'라서 좀 쑥스럽긴 하네요.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았던지 옮긴이 해설을 워낙 길게 써놓은 바람에, '저자' 틈에 끼워준 모양이에요. ^^; 사람들 앞에서 오래 이야기하는 게 영 적성에도 맞지 않고 익숙해지지 않아서 어지간하면 이제 강연 같은 거 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실험 이야기는 좀 많은 분들께 ..
바다에서 한밤중에 폭풍우를 만나 집을 향해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가는 뱃사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어둠 속에서 아버지 곁에 꼭 붙어 있던 어린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 금방 위로 떠올랐다가 금방 또 밑으로 가라앉아 보이는 저 바보 같은 작은 불빛은 도대체 뭐예요?" 아버지는 다음날 설명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날이 밝자 그것은 등대불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나운 파도 때문에 위아래로 흔들리며 오르내렸던 눈에는 그 등대불이 때로는 아래로 때로는 위로 보였던 것이다. -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에서 자기 전에 잠깐 펼쳐 본 책. 평지에 발 딛고 사는데도 '땅'의 감각을 좀처럼 느낄 수 없다. 나 역시 앞이 보이지 않고 격렬하게 요동치는 바다에서 노 저어가는 기분. 눈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자주 흔들..
붓다 브레인 - 릭 핸슨 & 리처드 멘디우스 지음, 장현갑.장주영 옮김/불광 나는 깨달음, 명상 같은 단어들에 약간 거리감을 느끼는 터라, 어쩌다 한 번씩 참석하는 독서 모임에서 고른 책이 아니었더라면 '붓다 브레인'을 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고 절절 매던 때, 명상에 관심을 쏟은 적이 있었지만 도무지 몸에 붙지 않아 관뒀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책들도 한 때 탐독하다 흥미를 잃었다. 버트런드 러셀은 "승려가 종교에 귀의한 덕분에 누리고 있다고 믿는 행복은, 그가 어쩔 수 없어서 도로청소부가 되었더라도 누릴 수 있었던 행복에 불과하다"고 썼다. 규칙적 수도생활에 쫓겨 자신의 '영혼'을 잊어버린 덕분에 행복해질 수 있었을 거라는 거다. 나는 이 말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내 청춘의 감옥 - 이건범 지음/상상너머 지금 들으면 넋 나간 소리 같지만, 한 때 나는 학생운동을 하다 붙잡혀 징역을 산 '빵잽이'(전과자를 부르던 속어)에 대한 기묘한 열등감에 시달린 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 말대로 80년대 학생운동에 뛰어든 20대에게 징역은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낙인을 찍고 존재를 갈아타는 환승역"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게도 그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뒤꽁무니에 붙어 다녔는데, 어찌어찌 별 탈 없이 20대를 넘겼다. 기득권을 포기하지도 않았지만, 고 채광석 시인의 말마따나 '앓아 누운 사람들 사이에 따라 누워 신음 소리만 흉내 내다' 말았다는 죄책감과 열등감도 오래 잊히지 않았다. 저자는 그처럼 내가 경외를 품고 바라보던 '빵잽이'였다. 저자 이력을 보면 경외감은 더 ..
“나는 들짐승이 자기 연민에 빠진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뭇가지에서 얼어붙어 떨어지는 작은 새도 스스로를 동정하진 않는다.” - D.H. 로렌스 - 꽤 알려진 작가가 최근 펴낸 여행에세이를 겨우 다 읽다. “글쓰기 생각쓰기”를 쓴 윌리엄 진서는 “여행기가 어려운 것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작가들이 대부분 이 분야에서 자신의 최악의 작품을, 나아가 한마디로 끔찍한 작품을 써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에세이를 읽고 그 말에 공감했다. (이렇게 안 좋게 봐서 차마 책 제목을 쓰진 못하겠다.) 더불어 나도 여행에세이 나부랭이를 출판한 전력이 있는 터라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내 책도 남들이 읽으면 이렇게 진부하겠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워쩔…… 위에 적은 시는 에세이에 인용된 문구다..
쑥스러운 공지 하나. 제 책 [내 인생이다]를 주제로 독자와의 만남 갖습니다. 같은 주제로 강남의 크링 시네마에서 11월과 12월 두 차례 열릴 예정인데요. 다행히 이 두 번의 만남은 저 혼자 하지 않고 제 책에 등장하신 분과 함께 해요. 11월25일에는 국제개발NGO인 ‘세이브더칠드런’ 최혜정 부장님과 함께 합니다. 저도 10월부터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옆구리를 쿡쿡 찌르신 분이십니다 ^^ 그래서 어쩌다보니 11월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는 두 언니가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최혜정 부장님이 워낙 말씀도 잘하고 경험이 많으셔서 인생전환, 새로운 설계에 대해 좋은 이야기 들려주실 수 있을 겁니다. 행사 안내, 신청 페이지로 가시려면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알라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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