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삼아 블로그에 남겨 놓는다. 추석 연휴 전날, 아래 붙인 성명서를 썼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널리 퍼졌고 칭찬과 격려를 많이 들었다. 내가 직접 듣진 못했으나 비아냥도 물론 있었을 거다. '입장'을 알리려 쓴 성명서지만, 쓰기로 결심한 때부터 줄곧 이 글이 거론될 때마다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그런지 가까운 사람들은 다 알 것이고......여기엔 이 정도만 적어둔다. 성명을 발표하자고 제안했을 때 꺼릴지도 모른다는 내 예상과 달리, 단체 운영위원들은 우리의 유,불리를 전혀 따지지 않고 오직 ‘사안’ 하나만 바라보며 흔쾌하고 신속하게 결정해주었다.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단체들은 많지만, 이런 사안과 관련하여 우리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체는 흔치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건처럼..
제가 쓰거나 번역한 책으로도 해본 적이 없던, 팔자에 없는 북콘서트를 하게 됐습니다…… 인도 뭄바이 슬럼가 아이들의 삶에 대한 르포르타쥬인 ‘안나와디의 아이들’이란 책인데요. 함께 일하는 후배가 판 벌여놓고 등 떠밀어 벌어지게 된 일입니다. ^^; 북콘서트 참가 신청은 여기 (참고: 인터넷교보문고는 추첨으로 적립금 지급하는 행사도 함께 합니다) ‘도시, 가난, 아이들에 대한 네 가지 시선’이란 부제가 붙은 북콘서트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 내가 뭘 안다고 북콘서트에 나가는가 다소 망설였으나…… 제가 일하는 단체가 그와 관련한 활동을 현장에서 하고 있기도 하고, 책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흥미로운 대목들도 있고, 무엇보다 ‘사당동 더하기 25’를 쓴 조은 교수님을 직접 뵙는단 흑심을 이기지 못..
(최근 읽은 책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저자 아버지트 배너지 외)의 핵심 내용을 이해한대로 정리한 글. 내 일과 관련하여 참고용으로 정리한 것이라 책의 중심 주제와 동떨어질 수 있음. 예컨대 책에서는 마이크로 파이낸싱에 긴 분량을 할애했지만 내 일과 그닥 연관이 없어서 정리 글에선 제외. 파란 색 표시는 책에 있는 내용 그대로를 옮긴 대목임.) ------------------------------------------------------------------ 사람들은 흔히 감당해야 할 문제가 거대할수록 압박감을 느끼고 금새 좌절한다. 헤봤자 소용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구호개발NGO에서 종종 느끼는 무력감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루는 주제의 내용이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허공에..
1년 전쯤 시작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 콘퍼런스를 오늘까지 이번 주에 두 개나 해치웠다. 낮에 시간 많은 거 내가 뻔히 아는 몇몇 친구들에게 오라고 했더니 두 개 다 재미없어 보인다며 무시했지만(주최측이 아니라면 나도 그랬겠지만...무정한 친구들 같으니라고), 내 나름대론 애써 준비했고, 둘 다 내가 사회를 본 행사들이라서 치르고 나니 몸과 맘이 고단하다. 기록 삼아 두 행사 중 하나는 이거. 또 하나는 이거. 발표, 강연자보다 사회자는 쉽다. 시간 관리를 하면서 행사의 전체 흐름을 다듬는 일이 은근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를 볼 때 질의응답 시간이 되면 '은근 재미'와 무관하게 바짝 긴장하게 된다. 우회하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질문을 기대하는 한편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
블로그에 오신 분들께. 위의 그림은 2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를 탈출해 난민촌에서 생활하는 아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총격을 당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장면에 대한 아이들의 이 묘사는 상상하거나 과장한 게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겪은 현실입니다. 15일은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지 만 2년이 되는 날이예요. 그 날을 앞두고 제가 일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은 오늘 '포화 속의 아이들'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아래 붙였습니다. 평소의 독백체와 달리 여기 오신 분들께 말을 거는 포스트를 올리는 이유는 여러분이 아주 소소한 행동 하나라도 같이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예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안보리 이사국이 시리아 전쟁 중단과 제재를 만장일치로 결의해달라는 서명운동을..
아침에 신문을 보고 30여분만에 우다다다 쓴 성명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수정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조간신문들 훑어보니, 이젠 이런 사건 벌어져도 사람들이 그냥 그런갑다 하고 마는 모양이다. 경향신문, 한국일보, 동아일보 세 신문 제외하곤 아예 사건을 기사로 다루지도 않았다. ㅠ 한국은 정말 아이들에게 가혹한 땅이다. "여성, 최후의 식민지"가 아니라 "아동, 최후의 식민지"다. 이런 상황이 과연 바뀌기나 할지... ------------------------------------------------------------------------------------------ 아동학대를 범죄로 규정하고 부모 체벌 금지를 위한 법적 조치 마련하라 - 부모의 아동 체벌 사망 사건에 대한 세이브더칠드런..
비새는 움막집엔 어린 육남매가... 난민촌없는 피난생활, 살인적 집세에 울고 혹한에 덜덜 시리아 내전 21개월...민간인 참혹한 나날 사진 잘 나오는 '난민 풍경' 없어 관심 덜받는 듯 위의 기사들 취재 주선을 위해 한겨레신문 기자와 함께 12월 중순, 레바논에 다녀왔다. 2년 가까이 내전 중인 시리아를 탈출하여 레바논에 온 난민들의 생활상이 어떤지,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떤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을 취재하러 갔던 길. 실태는 기사가 상세하게 전하고 있으니, 여기선 내 단편적 인상만 끼적이면..... # 맨 위의 기사에 게재된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맨발이다. 북부 레바논과 베카 계곡의 난민들 거주지를 돌면서 계속 유심히 보았는데, 한겨울인데도 예외 없이 맨발이었다. 돌아온 뒤에도 시리아 관련 기..
# 추석 연휴를 해외출장으로 보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그 처음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가, 누군가가 자기 블로그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갈 거라고 쓴 걸 보고 생각났다. 맞다. 6년 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갈 때가 추석 연휴였지. 그땐 블로그에 추석 인사라고 보름달 사진도 띄우고 그랬는데, 6년 후인 지금은 제네바에서 추석을 보내면서 하늘의 보름달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줄곧 비가 내리고 칙칙한 날씨 탓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비가 온 덕분에 엄청나게 큰 무지개를 보았다. 저녁 6시 무렵. 비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 띈 무지개. 우연찮게 얻은 선물. # 며칠 전 열린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Day of General Discussion (DGD)에서, 도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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