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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한밤중에 폭풍우를 만나 집을 향해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가는 뱃사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어둠 속에서 아버지 곁에 꼭 붙어 있던 어린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 금방 위로 떠올랐다가 금방 또 밑으로 가라앉아 보이는 저 바보 같은 작은 불빛은 도대체 뭐예요?"
아버지는 다음날 설명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날이 밝자 그것은 등대불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나운 파도 때문에 위아래로 흔들리며 오르내렸던 눈에는 그 등대불이 때로는 아래로 때로는 위로 보였던 것이다.
-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에서
자기 전에 잠깐 펼쳐 본 책. 평지에 발 딛고 사는데도 '땅'의 감각을 좀처럼 느낄 수 없다. 나 역시 앞이 보이지 않고 격렬하게 요동치는 바다에서 노 저어가는 기분. 눈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자주 흔들리곤 하는 저 흐린 불빛은, 아이가 본 것처럼 바보 같은 작은 불빛에 불과한 걸까, 아니면 잊지않고 주시하면 결국 나를 해안으로 데려다 줄 등대의 불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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