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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外面)은 외면을 만난다. 우리 삶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적인 활동을 멈출 때 모든 대화는 쓸데없는 수다로 전락한다. (...) 내적인 삶이 실패하는 만큼 우리는 더 쉬지 않고 그리고 절망적으로 우체국을 찾는다. 엄청난 양의 편지를 들고 자랑스럽게 우체국을 나서는 가련한 남자는 자기자신에게서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 헨리 데이빗 소로. "
속도에서 깊이로" (윌리엄 파워스)에서 재인용 -


인터넷을 통한 지나친 '연결'의 폐해를 경고하는 책 두 권을 잇따라 읽다. 니컬러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윌리엄 파워스의 "속도에서 깊이로". 두 권 다 읽어볼만한 책들.
카의 책이 뇌과학의 성과에 기반해 잦은 연결이 두뇌의 신경회로가 활성화되는 방식을 어떻게 달라지게 만드는지를 설득력있게 전달한다면, 파워스의 책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등장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번잡해질 때마다 플라톤, 세네카, 소로와 같은 현명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들려준다.
몇 달 내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 열을 올리면서도, 동시에 그런 방식의 과도한 '연결'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도 스멀스멀 생겨나던 참이었다. 이 책들은 그런 경험을 찬찬히 되새겨보게 만든다. 이를테면 "속도에서 깊이로"의 이런 대목들.

"디지털 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우리의 사고는 외부 지향적이 된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돌아보며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피는 게 아니라 부산한 바깥세상을 내다보며 '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다. 한때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세상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자 괜한 의무와 책임 의식만 새겨났다. 클릭 몇 번으로 온 세상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으니 '' 그래야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누군가 내 소식을 기다릴 것만 같고 빨리 답장해야 할 것만 같다.

외부 지향적인 사고는 괜한 의무감만 심어주는 게 아니다. 괜한 의무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자신에 대한 인정 욕구다. 자신의 존재와 자신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눈에 보이는 증거를 원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스스로 내적 정체성과 가치를 확립해야 했다. 한마디로 자급자족적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디지털 도구를 통한 상호작용이 자기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또 중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수단이 되었다." 

사실 그동안 별로 큰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았는데, 매일 아침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에 눈을 떠서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스마트폰으로 새 메일과 페이스북의 새 메시지, 트위터에서 내게 온 멘션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걸 자각하고 난 뒤, 더 이상 이렇게 '네트워크'에 질질 끌려가며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렬해졌다. 
혼자 있어도 사실은 혼자가 아닌 상태, 언제 어디서든 '연결'이 당연시 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실험해 본 인터넷 안식일을 나도 도입해볼까 한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까지 인터넷 세상에서 떠나기. 이 시간 동안엔 인터넷을 전부 차단. 꼭 인터넷으로 해야 할 일은 주중에 처리하기. 주변에 "주말엔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으니 급한 일은 휴대전화로 연락해달라"고 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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