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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무리를 해가며 얻은 휴가 1주일 동안 내가 갔던 곳은 명상&단식 캠프다. 6일간 단식하며 명상 훈련을 했고, 지난 주 금요일부터 맑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

사는 데 그렇게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절감한다. 몸과 머리가 모두 가벼워 아직까지는 만족스러운 상태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누가 깨워주지 않으면 잘 일어나지도 못한다. 밤이면 낮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2,3일에 한번 꼴로 술을 마신다. 인생의 전반부가 끝나가고 후반부를 시작해야 하는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회의로 잠도 잘 오질 않았다.


정신없이 바쁘던 지난 연말 어느 날 밤, 그로기 상태로 집에 돌아온 뒤 드러누워 몽상을 하던 도중 머리와 몸을 다 비워버리면 뭐가 남을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고 ‘명상단식’을 처음 떠올렸다. 어느 주간지에서 관련 기사를 읽은 것도 같았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보니 모두 반대다. 단식 뒤 더 나빠진 사람 여럿 봤다, 명상은 혼자 하는 건데 캠프는 무슨…, 나이 들어 살 빠지면 흉하다 등등….

나도 덩달아 ‘그렇겠지?’하고 잊어버렸는데 불쑥 불쑥 자꾸 생각이 났다. 명상에 관심이 많아 가이드북을 읽어가며 시도해봤지만 실패해본 적이 있어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한참 망설이다 결심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짧지만 강렬한 ‘하프 타임’을 가져봐야 겠다고.


그래도 굶는 게 자신이 없어 완전히 굶는 대신 효소를 먹으면서 하는 명상&단식 캠프 한 곳을 찾아냈고 효소 먹는 것도 힘들 것 같아 미리 전화를 걸어 3일만 단식하고 4일간 보식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걸 먼저 확인한 뒤 그곳으로 향했다.


첫째 날

미리 1주일 정도 식사량을 줄이는 감식을 하고 들어와야 한다는데 난 거꾸로 생각했다. 어차피 굶을 거, 실컷 먹자~~~ 컨셉으로 사전 1주일을 보냈다. ^^;
비만형이 아닌데 단식해서 흉하게 살이 빠지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그래서 첫째 날 아침밥도 먹고 수련원에 가는 고속열차 안에서 점심으로 도시락을 사먹었다. 수련원에 가보니 그렇게 두 끼를 다 챙겨먹고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

효소액과 물 (감잎차 포함), 죽염을 먹으며 하는 단식 프로그램이다.
도착하자마자 냉온수욕을 먼저 했다. 냉->온->냉의 순서로 5회 반복하는 방식의 샤워인데 마지막은 냉수여야 한다. 난 여름에도 찬물 샤워를 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의외로 상쾌하다.

이러저러한 강의가 있었는데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수련원 운영 주체의 철학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터라 강의를 들으면서도 ‘저건 틀렸는데’ ‘저건 아닌데’와 같은 생각만 계속 든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계속 의심하는 이 버릇....고질적 직업병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녁엔 간단한 촛불 명상이 있었다. 명상의 여러 종류 중엔 하나의 사물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하는 명상이 있다. 대개 흰 종이나 꽃을 대상으로 하는데 어두운 공간에서 촛불을 응시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명상을 지도하는 방식이 그다지 체계적인 것은 아니어서, 너무 짧게 마쳤다. 하다가 만 기분.


밤엔 풍욕을 했다. 벌거벗은 채 담요 하나를 둘러쓰고 야외에서 담요를 벗었다가 뒤집어 썼다가 하면서 바깥의 자연 바람을 전신에 맞는 것이다. 이 추운 날에 미쳤나…싶지만 해보니 묘한 해방감이 있다.
깊은 산 속에서 하늘에 또렷해진 별을 바라보며 벌거벗고 그야말로 ‘달밤에 체조’하는 재미. 안 해보면 모른다. 너무 추워서 두 번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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