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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말하기

100회 마라톤 클럽

sanna 2006. 6. 24. 01:10
마라톤 100회 완주 꿈꾸는 철각들… 오늘도 달린다



3일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100회 마라톤클럽’ 회원들이 ‘100 고지’ 돌파를 바라며 몸으로 숫자를 만들었다. 오른쪽은 지금까지 3명 나온 100회 주자 중 한 명인 전명환씨. -강병기기자
《해도 너무했다. 선수도 아니고 취미로 뛰면서 마라톤 풀코스(42.195km) 100번 완주를 목표로 삼다니. 풀코스 100번은 한반도 삼천리길을 4번 오가는 거리와 엇비슷하다.

100번을 완주하기 위해 훈련하는 연습량까지 합하면 실제 달리는 길이는 배로 늘어난다.

‘100회 마라톤 클럽’은 이렇게 ‘무지막지’한 목표를 존재 이유로 내건 모임이다. 99년 봄 깃발을 올린 지 5년 만인 올해부터 회원들 중 100회 완주자들이 드디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박용각씨(49)가 국내 첫 100회 완주자가 된 데 이어 3일 열린 하이서울 마라톤 대회에서도

소병선(51) 전명환씨(56)가 100의 고지를 넘었다. 아무리 쉬엄쉬엄 가도 올해 안에 100회 완주에 도달할 회원이 3명 더 있다.

여기에는 칠순의 노인, 쉰을 넘긴 중년여성도 포함돼 있다.》

○ 100의 고지를 향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100회 완주 기념이 될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소씨와 전씨에게 회원들이 다가와 월계관을 씌워준다. 소씨가 멋쩍게 “어이, 쑥스럽구먼”하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이날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치르는 양 회원 40여명과 무리지어 달리며 풀코스를 완주했다.

클럽 회원들은 거의 매 주말 혹은 격주로 풀코스를 뛴다.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빠뜨리지 않고 참석한다. 소씨의 경우 3일 대회가 올 들어 20번째 경기. 지난해에는 풀코스 29번, 그 이전 해에는 20번을 완주했다.

100회 횟수 계산에 관한 한 이들은 ‘순결주의’를 지향한다. 전국 규모의 공식 풀코스 대회이거나 외국 공식 대회의 기록만 인정한다. 클럽에서 1년에 한번씩 여는 자체 마라톤 대회도 계산에서 제외한다.

풀코스가 아닌 모든 종류의 달리기도 역시 ‘계산 밖’이다. 이경두 회장(58)만 해도 100km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3번 완주한 주자. 울트라 마라톤 3번이면 풀코스 6번으로 셈해 줄 만도 한데, 클럽에는 에누리 없이 풀코스 완주 87회 기록만 등록되어 있다.

이렇게 까다로우니 가입자격도 엄격하지 않을까 싶지만 풀코스를 한 번 이상 완주한 사람이면 된다. 현재 회원 143명 가운데 풀코스 완주 횟수가 10회 이하인 사람도 22명이다.

경기설 총무(39)는 “100회를 앞세우니까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고 이상하게 보기도 하는데 ‘100’은 동기부여를 위한 상징일 뿐 즐겁게 달리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회원들 중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 사이에 ‘전설’로 회자되는 쟁쟁한 주자들이 많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3(3시간 이내에 풀코스 완주)’를 달성한 회원만 21명. 이광택 부회장(60)은 국내 최고령 ‘서브3’주자이고, 김동욱씨(37)는 5월부터 이달 3일까지 참가하는 대회마다 1등을 독식하는 6연승을 기록했다.

○ 달리는 자세로 살기

회원들 중 여성은 15명, 부부가 함께 뛰는 커플도 8쌍이다. 단일 직업으로는 의사(16명)가 가장 많다. 정형외과 의사인 이경두 회장은 “의사들이 ‘몸’을 직업으로 다루는 사람들이다 보니 마라톤의 효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풀코스를 97회 뛰었고 조만간 100회를 완주할 첫 여성주자가 될 장영신씨(51)는 자신이 달리는 이유를 “좋아하는 일을 통해 ‘늦깎이 배움’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면 선입견같은 게 커지잖아요. 그런데 똑같아 보여도 사실은 모든 코스가 다른 마라톤을 하면서 선입견을 철저히 버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대회마다 순간순간의 고통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고, 오늘은 내게 어떤 배움을 줄지 기대하면서 살아가죠.”

30대 같은 몸매와 건강은 부수적인 결실이다. 기자가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과 노화…’ 운운하자 그는 “마라톤은 절대로 무리한 운동이 아니다. 스피드에 욕심을 내면 무리할지 모르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단언했다.

11월 중순이면 100회에 도달할 석병환씨(71)는 대회 참가 말고도 매일 10km씩 달리기를 한다. 그는 “주변 사람들은 ‘뛰다가 잘못되면 어쩌느냐’고 말리기도 하는데, 내 나이는 사람마다 다른 ‘차이’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한결같이 스피드보다 “달리는 것 그 자체”를 강조했다. 달리기 시작한 동기는 각각 달라도 마라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곳. 홈페이지(www.100thmarathon.co.kr)를 방문해 보니 한 회원이 다음과 같은 주자의 소감을 적어놓았다.

“마라톤은 거짓이 없다. 실력도 노력한 만큼만 낼 수 있는 것이다. 마라톤과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 소망이 있다면 생의 최후를 러닝복 차림으로 주로(走路)에서 그야말로 장렬하게 맞고 싶은 것이다…지나친 욕심일까.”(고이섭)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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