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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왜 자꾸 철학자의 방귀가 계속 뿜어나오는 것이냐.....ㅠ.ㅠ
몽테뉴 [수상록] 완독을 목표로 거의 1년째 띄엄띄엄 읽는 중. 1권 끝내고 2권 중반에 접어들었는데, 꾸벅꾸벅 졸면서 읽다가 아래 대목이 눈에 확 띄는 거다.....

메트로클레스는 토론하다가 좀 점잖지 못하게 자기 학파들 앞에서 방귀를 뀌고는 민망한 나머지 토론장을 나오고 말았다. 그때 크라테스가 찾아가서 사리를 따져 위로해주고, 덧붙여 그의 거리낌없는 행태의 본을 보여주며, 그와 경쟁해서 방귀를 뀌기 시작하여, 그런 일에 마음 쓰는 생각을 버리게 하였다. 그리고 그가 그때까지 좇고 있던 페리파테스 학파를 벗어나 더 자유로운 스토아 학파에 들어오게 하였다....

- 몽테뉴 [수상록] 2권 '레이몽 스봉의 변호' 중에서 - 

경쟁해서 방귀까지 뀌어주는 이 사려깊음이라니...이것이야말로 인간을 배려하는 철학자의 자세 최고봉이라 아니할 수 엄따...나도 그런 분 계시면 당장 학파 바꾼다. 암, 그렇고말고~

몽선생 [수상록] 2권에서 '레이몽 스봉의 변호'는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경구로 유명한 챕터인데다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의 한계에 대한 회의로 가득한데, 몽선생이 정말 좋은 건 뭐냐면 그 심오한 질문으로 독자를 이리저리 끌고 가다가 졸릴 때가 되면 저렇게 방귀 한번 뀌어주시고, 혼자 보기 아깝고 '18 금'을 넘나드는 익살을 한참 떨어주신 뒤 다시 심오한 질문으로 데려가신다는 것. 어떤 경지에 올라야 글을 그렇게 쓸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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