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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째. 인터넷 단식이 불가능한 주말이었다.
일요일인 오늘까지 쓸 글, 이메일에서 내려받아 코멘트할 원고, 검토할 시안 등이 밀려 이렇게 됐다. 아예 포기.
그런데 당분간 주말엔 계속 그럴 듯....다음 주말엔 내가 일하는 단체가 참여하는 행사에 가서 트윗을 포함한 인터넷을 마구 써야 하는 상황이다.
매 주마다 '이번 주도 망쳤다', 뭐 이런 일기를 쓰는 게 창피하기도 하고....그래서 방침 수정. 엄격하진 않더라도 주말 인터넷 안식일 실험은 계속하되, 결과 리뷰는 매 주 대신 매 달로 바꿔서 하기로. ;;;
(아...어차피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것이긴 하나, 좀 민망하다....ㅠ.ㅠ)

주말에 이것 끊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외부적 환경으로는, 내가 일하는 단체에서 주말과 상관없이 준비하거나, 참가해야 하는 일들이 8월 말~11월에 몰려 있다. 이메일, 트윗 등을 주말에 써야 하는 일이 여럿이다.
그 다음은 (그리고 더 큰 이유는) 내 문제인데,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 때문이다. 글 끼적대는 일을 깨끗이 접으면 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주중엔 단체 일 때문에 짬을 낼 수 없으니 계속 주말에 뭔가를 쓰고 있다. 계약만 해놓고 쓰지 않던 책 작업을 조만간 시작하면 더 심해질 듯.
두 가지 일 때문에 주말에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일만 하고 빠져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감할 원고가 걸려 있거나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꼭 그럴 때만 블로그에도 와보고 트위터도 기웃거린다.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채택하는 '저강도 생각 전략'이라고 아는 분이 설명해주시던데, 그게 버릇으로 굳어버렸는지도....

뭐, 나는 늘 스스로에게 관대하므로 (-.-;;;), 인터넷 안식일을 엄격하게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별 불만은 없다. 또 인터넷 안식일 실험의 소득이 전혀 없진 않다. 제대로 해 본 적이 단 한 주도 없을망정 주말엔 인터넷을 쉬겠다는 결심은 일상적으로 인터넷 덜 쓰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요즘은 똑같은 낙서라도 스마트폰 메모 대신 수첩에 손글씨로 쓴다. 밤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트위터를 보던 버릇도 거의 없어져서 이전보다 책을 많이, 집중해서 읽는다. 크게 힘들인 노력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내 주변에도 SNS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개인 공간 없이 늘 사람이 바글바글한 방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고 상상하면 암담한데, SNS를 통해 늘 '연결'되어 있어서 혼자 있을 때조차 정말로 혼자는 아닌 상태를 지속하는 것도 그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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