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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부터 환청처럼 귓가를 떠나지 않는 노래.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

 

 

 

뭐 좀 가슴 시린 사연이 있으면 오죽 좋으련만.... 이 노래에 붙들리게 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 주말엔 산에 가는 대신, 피트니스 센터에서 훈련(?!) 했다. 센터에는 노르딕 트랙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산소 운동 기계가 있는데, 팔로는 노를 젓고 발로 넓적한 페달을 구르면서 팔 다리를 동시에 움직여 운동하는 기계다. 센터의 트레이너가 히말라야 트레킹 갈 거라는 내 계획을 듣더니, 유산소 운동을 할 땐 트레드 밀 대신 이 기계를 타라고 조언해줬다.

 

요즘은 산에 갈 때 조금만 올라가도 금새 숨이 가빠진다. 코오롱 등산학교의 일반등산기술 중 '호흡법' 설명을 찾아보니, 이걸 '사점(死點)' 이라고 부른다. 몸에 산소가 부족한 상태란 뜻이다. 산행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 번씩 겪는 일이다. 나도 폐활량이 줄었는지, 그 '사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빨라진 듯하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올릴 때면, 체력이 딸려 움직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거나 배낭이 돌덩이 같을 듯한 상황보다는 숨이 가빠 계속 걷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게다가 고산지대인데...

어찌될지 모르나 연습하는 수밖에. 그래도 다음과 같은 등산학교 설명을 읽어보면 조금 안심은 된다. 

"여자들은 사점을 느끼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신체에는 더 많은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위의 인용문을 적어넣고 보니, 예전에 '지붕뚫고 하이킥'의 명대사, "키스를 책으로 배웠어요"가 갑자기 떠오르네... 어떻게 숨쉬는 것도 교재를 찾아보냐, 나란 인간은... -.-;;)

 

좌우간, 사점 도달 시간을 늘려보겠답시고 팔다리를 동시에 우스꽝스럽게 젓는 그 기계를 탔던 것이었다.

내가 다니는 센터의 기계들은 워낙 낡은 탓에, 딱 한 대 뿐인 이 기계엔 타이머도 없고, 운동 기능 설정도 죄다 고장 났다. 강도를 점점 높여가는 인터벌 운동을 하려면 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할 수 밖에 없는데, 시계도, 스마트폰도 가져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센터에 계속 흘러나오는 노래를 기준 삼기로 했다. 노래 한 곡당 하나의 강도를 지속하고, 곡이 끝날 때마다 점점 강도를 높여 3개의 인터벌을 반복하는 것으로. 이렇게 계획할 때만 해도 꽤 괜찮은 요령이라고 자화자찬했는데...

첫 번째, 두 번째 노래가 뭐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세 번째 최고 강도로 올렸을 때 나온 노래는 델리 스파이스의 '챠우챠우'

아...그 기나긴 전주. 밑도 끝도 없이 반복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나중에 찾아보니 실제 곡 길이는 4분을 조금 넘는 정도인데, 땅이 꺼지라고 밀어대듯 죽어라 페달을 밟고 미친 듯 노를 저어대며 내가 체감한 길이는 30분쯤 되는 듯했다. 나중엔 '제발, 이제 그만!'을 외치는 숨가쁜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려오고...

서정적인 노래에 몹쓸 짓을 했다. 그 덕에 아련한 노래가 며칠 내 안에 머무르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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