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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고수한 한 가지 원칙은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없는 한 ‘네’라고 대답하는 거야. 내 삶에 ‘아니오’라는 대답은 없었다네. 나는 내게 주어진 일들을 흔쾌히 받아들였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하다 보면 흥미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어 ...(중략)...

‘새로운 일은 하고 싶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삶은 지루해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망설여서는 안 된다네. 나 역시 내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받아들였던 일들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네. 누구든 새로운 일을 통해 또 다른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상받을 수도 있어. ‘아뇨. 못하겠는데요.’ 혹은 ‘하고 싶지 않은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 것들을 놓치기 마련이지.

삶은 모험이야. 모험을 하려면 먼저 ‘네’라고 대답해야 한다네."

-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필레머 지음)에서

인생을 오래 산 노인들이 들려주는 지혜는 성경이나 불교의 가르침과 유사할 때가 많다. 성경엔 "누가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주어라"라는 말이 있고, 불교엔 수처작주(隨處作主)란 말이 있다. 두 종교가 전하는 비슷한 지혜에 대해 법륜스님이 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인상 깊어서 메모를 해두었더랬다. 

그래서 예수님의 가르침에도 보면요,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줘라, 이런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5리 가자는 거는 이렇게 좀 소극적이고 종속적이지요. 누가 가자니까 끌려가는데, 내가 마음을 적극적으로 내서 10리를 가주겠다, 마음을 내버리면 그 순간에 내가 주인이 되어버리지 않습니까? 이런 것을 불교에서는 수처작주(隨處作主)라고 그래서 어떤 상황에 처하든 항상 자신이 주인 노릇을 하라, 이런 것과 굉장히 일맥상통하거든요. 그렇게 삶을 조금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면 이 세상이 훨씬 살기가 쉽지요

- 법륜스님 2011.5.11 CBS 인터뷰에서 

난 좀 비관적인데다 투덜이 기질까지 있어서 사사건건 토를 달고 안되는 쪽으로만 생각하던 짜증스러운 유형의 인간이었던지라, 다르게 살기 원한다면 가장 먼저 바꾸려 노력해야 할 태도로 이걸 꼽았다. 투덜대지 말 것. 가능하면 매사에 "네"라고 말할 것. 

일과 관련해서도 내가 기획하거나 계획을 세운 게 아니더라도 새로운 제안, 요청이 오면 가급적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고 애써왔다. (음....'웃기고 있네. 네가 언제 '네'라고 말했다고 큰 소리냐?'하고 버럭 화를 낼만한 몇 분의 얼굴이 떠오르는군. 땀 삐질....-.-;;)

잘 모르는 주제여도 이번 기회에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되니 차라리 잘 됐군, 하는 초긍정 마인드를 유지하려 나름 노력해온 편인데......이제 거의 내 용량 대비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이러다 여기저기 얼굴 안 내미는 데가 없는 오지라퍼 되기 십상이지 싶다.

아무리 취지가 좋고 내 일과 관련이 있는 요청들에 응한다 해도, 지금처럼 살다간 내가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상태, "앓아 누운 사람들 사이에 따라누워 신음소리만 흉내내는" 따라쟁이, 지 마음 안엔 별반 절박함이 담겨 있질 않으면서 절박한 사람들 옆을 얼쩡거리는 것만으로 대단한 일이나 하는 양 착각하는 허세덩어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지금도 월욜에 있을 행사 준비를 위해 공부하는 중인데, 이젠 정말 이런 건 마지막이라고 혼자 되뇐다. 아무리 취지가 좋고 중요한 일이어도 내가 집중해야 할 분야인지 잘 생각하고, 거들어준다는 명목으로 안 끼는 데가 없는 오지라퍼는 되지 말자고 두 주먹 불끈 쥔 밤.

......게다가 일욜 밤에 이게 뭐냔 말이지.....ㅠ.ㅠ (결국 일욜 야근이 억울해서 휘갈겨 쓴 낙서라는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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