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을 읽다. 소설집의 제목이 여기 실린 단편의 제목 그대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어도 좋을 것 같다. 퇴고과정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형용사와 부사를 솎아낸 듯 문장이 단단하고 건조하다. 최소한의 단어들만을 골라 사람들이 처한 어떤 상황을 보여준 뒤 카버는 뚝, 멈춰버린다. 주인공의 운명을 통제하는 전능한 지은이가 아니라, 그 후로 어찌 됐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 라고 말한 뒤 입 다물어 버리는 과묵한 남자처럼. 카버의 주인공들은 '생각'하는 대신 '행동'한다. 카버의 무심하고 간결한 말투를 따라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정말 별 것 아닌 사소한 몸짓 때문에. 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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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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