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1)-리마의 해변
지구 반대편인 페루를 향해 갈 때 나도 모르게 떠올랐던 이미지는 ‘세상의 끝’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용보다 제목이 더 유명한 로맹 가리의 단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때문이다. 고단한 비행을 끝낸 새들이 돌아와 죽는 곳. 새들 뿐 아니라 실패한 혁명가인 주인공도 ‘지상에서의 임무’를 마친 뒤 세상을 등지고 '모든 것이 종말을 고하는' 페루 리마 북쪽의 해변에 깃든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페루 해변이 세상의 끝이라는 걸까. 소설을 읽어도 모르겠다. 서양인이 덧씌운 환상의 너울 같아 약간 마뜩찮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여행지에 대한 환상의 힘은 컸다. 페루의 해변엔 뭔가 비장한 로맨틱함이 있을 것 같은 일말의 설렘이 사라지지 않았다. 리마에 밤늦게 도착해 다음날 해변으로 가면서는 ..
세상구경
2008. 3. 1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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