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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서울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 어머니가 참여한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타국에 사는 가족에게도 사진을 보여줄 겸 전시회 열리기 전에 블로그에 띄워야지 생각했는데... 게으른 딸년은 무려 한 달 가까이 지난 이제야 쓴다. -.-;;;

어머니한테는 사진을 배우는 대학의 평생교육원 복도에 전시한 것 이외에 화랑에서 제대로 열린 첫 번째 전시회였다. 사진을 가르치는 교수가 이끈 베이징 촬영여행을 토대로 열렸고 전시회 제목은 'Beijing Now'였다. (위의 사진이 전시회에 출품한 것으로 제목은 '북경도심'. 아래의 사진들은 전시회에 출품했던 것은 아니고, 엄마가 찍은 것 중 내가 좋아하는 사진들이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어머니가 쓴 소개 글은 이랬다.

 

"우연히 사진 갤러리에 들러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은 자연 풍경을 보게 되었다. 바람까지도 담아내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그 안에 깃든 신비함에 매료되어 늦게나마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는 않으나 무심히 지나치던 풍경도 렌즈를 통해 찾아볼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설렘에 젖는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어머니가 사진을 배우신지는 1년이 좀 넘었을까.... 스스로 말씀하신대로 어머니의 사진들은 움직이는 사람, 역동적인 장면을 포착하기보다 흔히들 지나치던 풍경을 멈춰 서서 가만 바라보는 구도를 취할 때가 많다.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불안하게 걸려있는 전선들, 어두워지기 직전의 마지막 햇살, 남들보다 일찍 피어버린 꽃송이까지.


어머니가 포착한 풍경들은 대체로 고요히 가라앉은 느낌이지만, 어머니는 활발해지셨다. 평소에 말수도 적고 집밖 출입도 잦지 않던 분이신데, 사진을 시작하면서부터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새벽 출사도 종종 나가고, 같은 사물을 다른 각도로 보기 위해 심지어 땅바닥에 엎드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들이 좋은 사진 한 장을 위해 기꺼이 땅바닥에 엎드리고 물 속에 들어가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감동받은 적이 종종 있었는데, 울 엄니도 그러실 줄이야......^^

보이지 않는 것을 카메라를 통해 보려고 하는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 (순전히 내가 딸이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괜히 마음이 짠하다. 엄마가 간절히 찍고 싶어하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라도 보기를 원하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 내 맘대로 넘겨짚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사진과 함께 엄마는 그림도 그리신다. 이번에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의 그림을 몇 장 찍어 왔다. 그림은 다음 기회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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