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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 16일 지리산 종주.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을 선명하게 보았다. 자꾸 보면 좋은 기운이 생기지 않을까 하여 블로그에 걸어놓는다.
15일 백무동행 심야버스를 타고 출발. 16일 새벽 4시40분쯤 산행 시작.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세석 (1박) -> 촛대봉 일출 -> 세석 -> 벽소령 -> 음정의 코스.
일출 사진보다 나는 이게 더 좋다. 수채화로 그린 듯한 이 자연의 색감이란! 날씨가 추운 걸 제외하면 워낙 쨍하니 맑아서 시야가 더 넓어져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지리산 종주는 이번이 두 번째. 첫 번째도 그렇고 이번에도, 나는 직장을 그만둔 뒤에 지리산에 가는구나. 우연치고는 참…7년 전에 그랬듯 이번에도 지리산의 영기가 앞으로의 나를 이끌어주겠지.
첫 번째 종주 후 블로그에 끼적인 메모를 보니 그 후 7년간 나는 당시 계획했던 대로 살지 않았다. 불과 6,7년도 예측할 수 없는데 계획따위 다 무슨 소용이람. 방향만 잊어버리지 말고 지금 당장 가장 최선인 것에 몰두하면 된다. 친구 L모씨 말마따나 인생 전체로는 되는대로.
지리산에 함께 간 친구들의 배려를 잊지 말 것. 한 친구는 지리산 종주를 스무 번 가까이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스틱도 없이 심지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 험한 길을 휙휙 다닐 정도로 '산신령'급들인데, 늘 한 사람은 내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며 내 상태를 살피고, 내가 힘이 들어 멈춰서면 같이 서서 기다려주고, 어려운 길을 만나면 건너는 방법을 알려줬다. 식사 시간 전 구간을 걸을 때면 다른 두 명은 먼저 내려가서 식사 준비를 시작, 늦게 오는 사람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해줬다. 내 음식을 자기 배낭으로 가져가 짊어져 준 친구는 마지막 내리막길 임도에서 발톱이 아파 고생하던 나와 보조를 맞춰 걸어주기도 했다. 천천히 걷느라 따분했을 텐데... 착한 친구들. 같이 산에 다니며 늙어갈 착한 친구들이 있다니,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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