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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Together

외롭지 않을 권리

sanna 2020. 11. 15. 23:19

올해부터 한 달에 한 번쯤 느슨하게 모인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가끔씩 쓰던 독서모임 후기. 그 드라이브를 더 이상 쓰지 않아서, 보관 목적 옮겨 놓음.

외롭지 않을 권리 (황두영 지음)를 읽고

[후기]

(앞은 생략)

책을 읽고 나니 생활동반자법 입법이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져 이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 이 법 자체로는 입법이 가능할까, 여성의 평등이 전제되어야 만들어질 수 있는 법인 것같다는 소감도 있었고요.  

지금까지 생활동반자법이 거론될 때마다 '성소수자를 위한 법'이라고만 알려져 매우 좁게 공격-방어가 진행되어온 양상이었는데, 이 책은 생활동반자법이 '고독'에 대한 법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했고 그 프레임이 적절했다,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 법이 정말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드는 한편, 영 멀게만 느껴지던 기본소득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방식으로 우리가 체험헤보게 되지 않았나, 그러니 견고한 가족의 틀도 "무너질지 모르는 담장"이다, 더 세게, 길게 밀어붙이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누었고요

A님은 생활동반자법이 '가족'의 틀을 차용하는 데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저도 계속 맘에 걸렸던 지점이었어요. 돌봄의 공공화가 선행되어야 할텐데 사적 관계에 돌봄을 맡겨버리는 수단이 되면 안되지 않나, 생활동반자법이 돌봄의 공공화라는 국가의 책무를 회피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가족을 자꾸 호출하기보다 개인을 중심에 둔 복지제도가 선행되면 좋겠다, 생활동반자법이 기존의 가족 중심 복지제도의 모순과 비합리를 덮어버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동시에 이번에 코로나19를 보니 돌봄의 공공화 만으로는 부족하더라, 돌봄이 여성의 부담으로만 간주되고 남녀사이에 분배되지 않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토론도 있었지요.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습니다. 고독사를 이야기할때마다 중노년 남성의 고독사가 늘 문제가 되는데 고독사가 걱정될 때 공공기관이 해야 하는 일은 집집마다 방문해서 케어해주는 게 아니라 동네부엌을 만들어서 끌어내고 밥을 해먹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분개도 했고요. 모두의 학교가 운영하는 '할배들의 밥상' 사례도 소개해주었던 것같네요. 노년 남성들은 밥하는 법을 배운 뒤에도 같이 밥 먹는 걸 어색해하더라는 이야기에 B님이 비분강개하며 "할배들은 포기하자! 돌봄은 스스로 하는 거라는 교육을 어릴 때 시켜야 사회가 바뀐다" 선언한 것도 기억에 남네요 ^^

저자가 책에서 설명하는 수준의 생활동반자법을 과연 우리가 원하는가 하는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재산권까지 공유하는 무거운 관계를 원하지 않고 생활동반자와 나누고 싶은 것이 위급상황에서의 돌봄, 병원 동의 정도라면, 그렇게 느슨한 수준의 관계까지 이 법이 포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았지요. 필요한 상호돌봄의 수준도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니까요

이 책이 설명하는, 생활동반자가 필요한 여러 상황 중 그날 모인 우리는 대체로 의료, 건강, 장례의 경우가 현실적으로 필요한 정도 아니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상적으로는 가까이에 살면서 필요한 것을 나누는 느슨한 관계이면 좋겠는데, 또 혈연이 아니면 뭔가를 나누는 데에도 제약을 받는 현실의 한계가 있으니 이 법이 필요한 거라는 논의도 했었네요.

어떤 공동체를 원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성미산 마을 행사에 갔을 때 불편하게 느꼈던 C님의 경험을 시작으로 비혼싱글이 끼어들 틈이 없는 가족 중심 마을공동체 사업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 지역 기반보다 관심사, 취미에 따른 헐거운 커뮤니티가 더 낫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했고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가 좋은가, 아니면 이질적 사람들이 섞인 공동체가 나은가 하는 논의도 이어졌습니다. 주택소비자협동조합운동을 하는 건축가의 말에 따르면 동질적 사람들끼리만 모여살 경우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더라는 이야기도 소개했고, D님도 10~60대가 섞여 사는 쉐어하우스를 겪어보니 섞여 사는 게 훨씬 건강하다는 경험담도 들려주었고요.

아무튼 다들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해보며 이 책을 읽어서 그날 모임이 충만한 느낌으로 남을 수 있었던 듯해요. 미래, 노후의 생활, 죽음에 대한 생각, 그걸 가족이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외롭지 않게 함께 하는 방법이 있을까 하는 것이 공통의 고민, 관심사였던 듯합니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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