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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당신의 방법은?



아메리탄 뷰티(위), 포스트맨 블루스(아래 왼쪽), 어느 날 그녀에게 생긴 일.

오늘은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 딱 하루만 빼고 그 말이 사실이지. 죽는 날만 빼고 말이야.

-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

주인공 케빈 스페이시의 냉소적 어투에 실려 전달되긴 했지만, ‘아메리칸 뷰티’(DVD·CJ엔터테인먼트)에 나온 대사 ‘오늘은 남은 인생의 첫날(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은 좋은 느낌으로 오래 기억되는 말이다. 얼마 전 낡은 수첩을 정리하다 다시 발견한 그 말을 메신저 대화명으로 써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를 본 대화 상대들의 연령별 반응은 이랬다.

△43세(남)=정말 좋은 말이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지?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려고 해.

△37세(여)=야, 첫날아. 너 또 인생이 어떻게 바뀔 거라고 기대하냐? 그냥 생긴 대로 살아∼.

△33세(남)=무슨 일 있어요? 대화명이 너무 비장해서요.

△28세(여)=푸하하! 꼭 ‘출소한 조폭’ 같아. ‘착하게 살자’랑 비슷한 말이네.

나이가 어릴수록 ‘첫날’의 느낌을 생뚱맞고 과장된 다짐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앞날을 ‘남은 인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선뜻 공감을 표시하는 그 차이가 인상적이었다.

오늘을 ‘남은 인생의 첫날’로 살자는 다짐만큼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라는 격언도 익숙하다. 영화 ‘어느 날 그녀에게 생긴 일’(DVD·스타맥스)에서 1주일 안에 죽는다는 예언을 들은 주인공은 분노와 수용의 과정을 반복한 끝에 “매일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자.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까”라고 말한다.

둘 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는 뜻인데 ‘마지막 날’인 오늘은 과거를 통합한 현재, ‘첫날’인 오늘은 미래를 내포하는 현재로 다르게 읽힌다. 그런데, 왜 오늘에 충실하자고 말할 때 ‘처음’ 혹은 ‘마지막’이 필요한 걸까. 처음과 마지막의 사이에선 그것이 불가능한가?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을 통해 우리는 시간을 사용하지만 그와 동시에 시간이 우리를 지나간다고 생각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과거, 불안한 미래가 발목을 잡는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VD·브에나비스타)에서 키팅 선생이 “오늘을 살라! (Carpe Diem!)”고 외쳤던 것은 그 무엇에도 현재를 저당 잡히지 말라는 경고와도 같다. 시간은 우리가 통과하는 것이다.

일본영화 ‘포스트맨 블루스’(비디오·DMV)에서 암환자인 사요코는 “병에 걸린 걸 알았을 때 죽으려고 옥상에 올라왔다. 그런데 갑자기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져서 라면집에 달려가 두 그릇을 먹었다. 살아있으면 뭔가 한다. 오늘이 제일 중요하다. 내일의 약속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요코의 ‘쿨’한 태도도 인상적이었지만 그에게 “약속이 있는 내일”을 만들어주려 애쓰던 우편배달부 사와키의 노력도 잊을 수 없다. 그 작은 노력이 사요코를 활짝 웃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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