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게 가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되는 말하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따로 만드는 게 좋겠다. 내가 국어학자는 아니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숨말하다’라고 짓고 싶다. ‘숨말하다’는 ‘숨쉬다’처럼 모든 사람에게 일생동안 총량이 정해진 말하기를 뜻한다. 이건 소통이전의 생존 자체를 위한 말하기다 대부분의 숨말하기는 말하는 사람으로서는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말하는 말하기다. 그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언어들. 하지만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그건 개인적인 말들이어서 듣는 사람은 설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숨말하기는 혼잣말하기보다 훨씬 더 외롭다. 그건 어떤 심연 앞에서 말하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게 심연이기 때문에 나는 이..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을 읽다. 소설집의 제목이 여기 실린 단편의 제목 그대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어도 좋을 것 같다. 퇴고과정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형용사와 부사를 솎아낸 듯 문장이 단단하고 건조하다. 최소한의 단어들만을 골라 사람들이 처한 어떤 상황을 보여준 뒤 카버는 뚝, 멈춰버린다. 주인공의 운명을 통제하는 전능한 지은이가 아니라, 그 후로 어찌 됐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 라고 말한 뒤 입 다물어 버리는 과묵한 남자처럼. 카버의 주인공들은 '생각'하는 대신 '행동'한다. 카버의 무심하고 간결한 말투를 따라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정말 별 것 아닌 사소한 몸짓 때문에. 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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