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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게 가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되는 말하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따로 만드는 게 좋겠다. 내가 국어학자는 아니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숨말하다’라고 짓고 싶다. ‘숨말하다’는 ‘숨쉬다’처럼 모든 사람에게 일생동안 총량이 정해진 말하기를 뜻한다. 이건 소통이전의 생존 자체를 위한 말하기다
대부분의 숨말하기는 말하는 사람으로서는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말하는 말하기다. 그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언어들. 하지만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그건 개인적인 말들이어서 듣는 사람은 설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숨말하기는 혼잣말하기보다 훨씬 더 외롭다. 그건 어떤 심연 앞에서 말하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게 심연이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으리라.
“가까운 사이인데도 난 당신을 몰라요. 당신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요. 그러니 한번 더 말해 주세요"
그 말에 당신이 한 번 더 말하기 시작하면, 설사 그 말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번 더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한 번 더 말하고 내가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 관계는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니 우리 사이를 유지하는 건 막힘이 없는 소통이 아니라 그저 행위들, 말하는 행위, 그리고 듣는 행위들인지도 모른다.
- 김연수의 '지지않는다는 말' 중에서 -
읽은 책은 김연수의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이전에 읽은 그의 에세이집 '지지 않는다는 말'의 한 대목이 떠올라 밑줄을 그어두다.
우리는 심연을 건널 수 있을까?
심연을 건너고자 했으나 끝내 너에게 닿지 못했던 그 모든, 안스러운 안간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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