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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사람들은 계속 길이 열릴 것이라고만 말합니다. 나는 고요 속에 앉아서 기도도 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어요. 그래도 길은 열리지 않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나의 소명을 찾으려고 애써왔지만, 아직도 내게 정해진 길을 짐작조차 할 수 없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길이 열릴지 모르지만, 내게는 그런 일이 절대 없을 거예요."

루스의 대답은 솔직했다.

"나는 모태 신앙인이라네. 그리고 60년이 넘게 살아왔지. 그러나 내 앞에서 길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네."

우울하게 말하던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추었을 때, 나는 절망으로 빠져들고 있었다....[중략]...잠시 후 그녀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어갔다.

"반면에 내 뒤에서는 수많은 길이 닫히고 있었다네. 이 역시 삶이 나를 준비된 길로 이끌어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겠지."

나는 그녀와 함께 웃었다. 큰 소리로 오랫동안 웃었다. 쓸데 없이 신경을 곤두세웠던 문제가 아주 단순한 진리로 마음에 와 닿았을 때 나오는 그런 웃음을.

...[중략]... 이후 오랜 세월의 경험을 통해서 나는 그 날의 교훈이 옳았음을 확인했다. 내 인생에 일어나지 않은 일, 그리고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일, 일어난 일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파커 J. 파머 "삶에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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