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대해 뭘 더 읽을 필요가 있을까. 프랑스 생장피드보르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에 이르는 순례길. 이미 그 길 여행기 3권을 읽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부터 시작해 도보여행가 김남희 씨의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산티아고 편’, 미국 수녀님인 조이스 럽의 ‘느긋하게 걸어라’까지. 이젠 눈을 감으면 순례자 숙박소 앞의 풍경, 길가의 우물까지 떠오를 정도다. 그런데도 자석처럼 이끌려 목록에 한 권을 더 추가하게 됐다.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책을 읽고 난 뒤, 사는 일처럼 길 역시 누가 걷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수십 번씩 변주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독일의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쓴 이 책의 소문은 국내에 번역되기 전부터 들었다. ..
내가 기록해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중 하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프랑스 생장피드보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의 길.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던 길. 언제부터 그 길을 마음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일상을 떠나고 싶을 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내 모습을 몽상했다. 그러다.... 시들해졌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통해 이 길이 점점 유명해졌고, 급기야 3년 전쯤인가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여행가 김남희씨가 오마이뉴스에 쓴 산티아고 순례기 연재를 보고, 에라, 안되겠다, 마음을 접었다. …좀 이상한 일이다. 깃발 꽂으러 가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나 가는 길이면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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