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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난히 관심이 가는 트렌드가 '오픈 소스'의 확산입니다. 내일자 신문에 그와 관련한 글을 다음과 같이 썼는데요. 압축해서 쓰느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스스로도 헷갈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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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수중 다이버 로헬리오 모랄레스는 상업적 다이버 대신 수중 탐사 전문가가 되고 싶어 늦깎이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늘 최신 정보에 목말랐던 그는 인터넷을 통해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강의 공개 (OpenCourseWare·OCW) 프로그램에서 시(視)과학과 해양체계 강의를 찾아냈다. OCW의 열렬한 추종자가 된 그는 “MIT의 강의들을 다운로드 받아 대학에 갈 수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꾼다.

MIT가 1400여개 과목의 강의록과 과제, 해답을 모두 무료 공개하는 OCW 홈페이지에 실린 이용사례를 보면 폐쇄된 상아탑 밖으로 흘러나온 지식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건축학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인 MIT의 강의를 참조해 강의안을 만들고, 미국 해군의 장교는 MIT의 경영학 강의를 들은 뒤 리더십 교육을 시작한다. 반면 MIT 교수들은 강의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바람에 강의의 질 향상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2002년 시작된 OCW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시작된 ‘
오픈 소스(Open Source)’의 물결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가면서 생겨난 프로그램이다.

핵심 기술을 공짜로 공개하고 아무나 고칠 수 있도록 해 대성공을 거둔 프로그램 ‘리눅스’, 아무나 내용을 올리고 편집하는 온라인 사전 ‘위키피디아’는 핵심 기술이 보안사항이고 사전은 전문가가 만든다는 상식을 뒤엎으며 지식을 공개, 공유하는 ‘오픈 소스’ 흐름을 촉발시켰다.

생명공학 등 지적 재산권 문제가 민감한 첨단 과학 영역에서도 ‘오픈 소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만들어질 정도다.


최근 이 흐름은 비밀이 생명인 정보기관에도 파고들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주도하는 정보기관 내부 통신망에도 ‘위키피디아’를 본딴 ‘인텔리피디아’가 개설됐다. 전 세계의 요원들이 얻은 정보를 내부 통신망에 올려 공유하자는 취지다. 공유보다 보안에 익숙한 고위 전문가들의 눈엔 충격적인 시도다.

그러나 1년간 ‘인텔리피디아’엔 3600여명의 요원들이 참여해 2만8000여건의 정보 페이지를 만들었다. 정보 공유의 위력은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 고층빌딩에 경비행기가 충돌했을 때 발휘됐다. 사건 발생 20분 만에 한 요원이 ‘인텔리피디아’에 페이지를 만들었고, 두 시간동안 9개 정보기관 요원들이 참여해 80여 차례의 정보 수정을 한 끝에 정보기관은 이 사건이 테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 같은 흐름은 지식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지식에 대한 접근권이 곧 권력이자 특혜였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공개와 공유를 통한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오픈 소스’가 밝은 미래만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정보가 양산되고 사람들은 저작권에 더 둔감해질지 모른다. ‘오픈 소스’의 엔진인 ‘대중의 지혜’가 ‘대중은 무조건 옳다’는 식의 포퓰리즘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게으른 지식인에겐 미래가 불편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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