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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을 가더라도 현지에서 블로깅을 해야 진짜 블로거라는 hojai님 의 당부가 있었으나…, 그렇게 하질 못했다.ㅠ.ㅠ 내가 묵은 ‘터미널 여관’의 무선 인터넷이 갑자기 중단돼 몇 가지 일이 엉켜버리는 통에…그냥 놀았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전시장은 무지무지하게 컸고 113개국에서 참가했다지만, 책도 3만종이 넘게 전시됐지만, 눈에 띄는 큰 이벤트가 없어서 그런지 좀 밋밋했다. 나야 처음 가본 행사이지만, 여러 해 참가했던 출판 관계자들은 “올해 특히 한산하다”고 다들 말한다. 에이전시의 역할이 커져 굳이 여기까지 와서 저작권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줄어들었고, 인터넷이 발달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내가 웹 2.0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탓인지, 도서전에서도 웹2.0의 흐름이 ‘종이책 시장’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나, 그런 것만 눈에 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블로거단>

여기서는 올해 처음으로 ‘도서전 블로그’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작가 기자 판타지소설팬 등 10명의 블로거단이 구성돼 매일 도서전 홈페이지에 포스트를 올렸다. 뉴스레터, 데일리 소식지가 전하는 공식적인 소식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안타깝게도 독일어라서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ㅠ.ㅠ 우리도 부산국제영화제같은 곳에서 자원을 받아 ‘블로거단’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

도서전 포드캐스팅도 올해 처음 시작됐고, 전시장 홀 구성과 출판사 부스 위치, 이벤트 등을 PDA나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는 서비스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종이책 시장’인데 뭐 얼마나 차이가 있으려구 했는데, 조직위원회가 낸 통계를 보니 전체 전시품목 중 ‘종이책’은 43%로 절반에도 못미친다. 문구류 책장 팬시용품 뭐 그런 것들 빼고 대략 30%가 디지털 북과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등등 디지털화된 품목들이라고 한다.


도서전에서 매일 5,6개씩 열린 포럼, 세미나의 주제 중에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물론 디지털과 책의 관계를 고민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엔 ‘신기술’을 어떻게 출판에, 유비쿼터스한 독서환경에 활용할 것인가, 하는 긍정적이고 호기심 어린 관심 위주였다면, 올해는 이러다간 책이 해체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나 같은 초짜가 보기에도 피부로 느껴진다.

그런 위기의식을 불러온 시초는 아마 구글이 5개 대학 도서관의 책을 모조리 스캔해 공개하기 시작한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영미관에 설치된 구글 북 서치 부스는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선 자비출판을 한 사람이 구글 북 서치를 통해 어떻게 주목을 끌게 되고 이번엔 출판사의 섭외로 두 번째 책을 내게 됐는지 등을 구글 북 서치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디지털 북 관련 포럼과 세미나 두 개를 골라 참석해봤다. 하나는 아마존 영국 지사 주최로 열린 ‘포럼 이노베이션’, 또 하나는 국제출판협회(IPA)와 세계신문협회(WAN)가 공동으로 연 ‘인쇄매체와 검색 엔진’ 세미나다.

아마존 영국 지사가 개최한 포럼의 핵심은 “인터넷에서는 작은 출판사도 ‘빅 플레이어 Big Player’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7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아마존은 올해 2/4분기 매출이 22% 상승했다고 한다. 올해 판매 품목도 지난해보다 40% 늘어났다. 영국 지사 북 매니저 케스 닐슨은 “아마존은 롱테일의 경제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된 영국 작은 출판사들의 책을 소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권의 책이 대중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이라는 설명.

반면 국제출판협회 등의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우리는 검색 엔진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은 하면서도, 은근히 검색 엔진을 비난하고 방어적인 태도가 역력했다.
개빈 오라일리 세계신문협회 회장은 “대부분의 검색 엔진은 이미 발행자이자 포털이며 이익을 내는 디지털 도서관"(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을 겨냥해 "일부 검색 엔진의 기업 모토는 '착한 기업(DON'T DO EVIL-바로 ‘구글’의 모토다)’이지만 저작권에 무심한 검색 엔진은 남이 창작한 콘텐트를 심판하고 그걸로 돈을 버는 심판관이 되어간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검색 엔진이 어떤 콘텐트의 저작권 관련 정보, 공개 허용 범위를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토콜 ACAP(automated content access protocol)을 개발한다고 한다. 11월 파일럿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들 말고도 지나가면서 언뜻 본, 서적상 연합회 세미나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로 디지털 북이 몰고 올 책의 해체, 서점의 해체, 출판 유통 경로의 해체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모든 걸 집어삼키는 웹2.0의 거대한 파도에서 책은 (다른 분야에 비해) 그간 좀 무풍지대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사라져버린 CD, 영상물 다운로드 같은 것과 비교해봐도, 문자로 구성된 책이 어쩌면 인터넷 파일로 변환하기에 가장 간단한 미디어인데도 가장 웹2.0의 영향을 덜 타는 오래된 미디어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도서전 참가자들은 책이 웹2.0의 파도에 휩쓸리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들 생각하는 것같았다.

책 못지 않게 도서전 참가자들이 자주 관심을 보였던 전시품목은 전자책 단말기인 소니 E리더와 같은 휴대용 전자책 단말기였다.
영국의 출판 에이전트 데이비드 고드윈은 “휴대용 전자책 단말기가 보편화되면 작가와 독자 출판사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뒤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작가가 원고를 PDF파일로 에이전트에게 전달하면 에이전트가 그걸 출판사에 보내 책을 만든다. 한국의 경우 중간 에이전트 단계가 생략되고 작가-> 출판사로 원고가 흐른다. 여기서 출판사에서 책을 만드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작가는 자신이 쓴 원고의 디지털 파일을 직접 블로그같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리고 그걸 인터넷 서점에서도 판다. 독자는 인터넷 서점에서 그걸 사든지 해서 휴대용 단말기에 내려받는다. 다운로드 회수로 베스트셀러 순위가 매겨진다. 그렇게 해서 베스트셀러가 된 디지털 북에 대해 이제 출판사가 '종이책'을 만들자고 접근한다. 데이비드 고드윈은 "이렇게 되면 작가는 브랜드가 되고 편집 일은 점점 더 프리랜서가 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랜드가 된 작가와 독자의 직접 대면. 그 중간에서 지금 출판사와 서점이 수행하는 제작, 유통의 단계는 그다지 중요해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출판사들! 지금처럼 좀 팔릴만한 외국 책을 수입하려고 너도 나도 높은 오퍼를 내서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려놓는, 그런 경쟁에 몰두해 있을 때가 아니다. 긴장들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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