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가 뭘 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십니까?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처넣어 다시는 그놈의 생각이 안 나도록 해버려요.
…어렸을 때 나는 버찌에 미쳐 있었어요. 돈이 없어서 한꺼번에 많이 살 수는 없고… 조금 사서 먹으면 점점 더 먹고 싶어지고…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화가 났습니다. 창피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버찌가 날 데리고 논다는 생각이 들어 속이 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한 줄 아시오? 아버지 주머니를 뒤져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장으로 달려가 버찌 한 소쿠리를 샀지요. 도랑에 숨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넘어올 때까지 처넣었어요. 배가 아파오고 구역질이 났어요. 그렇습니다. 두목. 나는 몽땅 토했어요.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버찌를 먹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보기만 해도 견딜 수 없었어요. 나는 구원을 받은 겁니다. 언제 어디서 버찌를 보건 내겐 할 말이 있습니다. 이제 너하고는 별 볼 일이 없구나 하고요.
훗날 담배나 술을 놓고도 이런 짓을 했습니다. 나는 지금도 마시고 피우지만 끊고 싶으면 언제든 끊어버립니다. 나는 내 정열의 지배를 받지 않습니다. 고향도 마찬가지예요. 한때 몹시 그리워한 적이 있어서 그것도 목젖까지 퍼 넣고 토해버렸지요….
두목, 웃을 필요는 없어요. 이게 사람이 자유를 얻는 도리올시다. 터질 만큼 처넣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안돼요. 생각해봐요, 두목. 반쯤 악마가 되지 않고 어떻게 악마를 다룰 수 있겠어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


나도 조르바처럼 하기는 한다.
그러나 내 문제는, 조르바와 달리 기억력 대신 망각력이 탁월하게 좋다는 것,
그 탓에 탐욕의 대상을 터질만큼 처넣고 토해버려도, 시간이 좀 지나면 토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또다시 유혹에 넘어간다는 것.
반쯤 악마는 되었으나, 악마를 전혀 다루지 못하고 매번 진다는 것.
아, 정말 대책없는 나여....#$@%*&$%^&+@#$!!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의 연대기  (18) 2010.04.13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2)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