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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Solo le pido a Dios)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의 노래

 

하느님에게 빌 뿐입니다.

내가 고통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충분히 일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

텅 빈 채 홀로 누운 마른 주검이 되지 않도록 하소서.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불의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맹수의 발톱이 내 운명을 할퀴고 간 다음

다른 뺨을 다시 얻어맞는 일이 없도록 하소서.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전쟁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전쟁은 거대한 괴물이고 강한 군홧발입니다.

순진무구한 사람들만 짓누릅니다.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거짓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배신자가 여러 사람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할 때

여러 사람들이 이를 쉽게 잊지 않게 하소서.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미래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전진해야 하는 이가 막막함을 느낄 때

또 다른 문화 속에서 살 수 있게 하소서.


(가사 번역본 출처: 이성형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의 글 "메르세데스 소사")

     *     *     *     *     *

오늘 2차 희망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못가고, 아쉬운 마음에 메르세데스 소사의 노래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만 반복해서 듣는다. 
얼마전 트위터에서 알게 된 최용주 님 (@choiyongju)이 소사의 이 노래를 김진숙에게 바친다고 띄웠다. 전국에서 185대 이상의 희망버스가 부산 영도의 85호 크레인을 향해 떠난 오늘, 이 보다 적절한 선곡도 없지 싶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들어 박수를 치고 축제를 벌일 때,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 김진숙이 자기 발로 걸어서 크레인을 내려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소사의 노래를 들으며 상상해본다. 

얼마 전, 김진숙의 
'소금꽃나무'를 읽었다. 경미한 사고로 몸을 다쳐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기 힘든데도, 오직 '소금꽃나무'의 리뷰를 써보려고 몇 번이나 책상 앞에 앉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오늘도 마찬가지......
눈물로 흐릿해져 여러 번 읽기를 멈춰야 했던 그 책에 대해, 단 한 자도 쓸 수가 없다. 
김진숙이 겪은 그 모든 고난, 남들은 무시무시한 '빨갱이'라 손가락질 하지만 기실 알고보면 남의 고통을 언젠가 한 번 외면했다는 자책을 떨치지 못하고 비단신을 벗어 던져버린 선량한 사람들, 김진숙이 전국을 돌며 해야 했던 그 많은 추모사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수려한 글솜씨까지 그 모든 게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어 던져진다. 카인아, 그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김진숙이 '전태일 평전'을 읽었을 때처럼, "가슴에 큰 산 하나가 들어앉아 그 산에서 돌덩이가 와르르 쏟아져 양심에 돌팔매질을 해대는 그런 느낌".......

하지만 오늘은 그의 설움과 분노 대신 희망을, 평소 잘 믿지도 않고 돌아보지도 않던 희망을 믿어보려고 한다.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배를 타고, 걸어서, 김진숙이 있는 부산 영도의 85호 크레인을 향해 모여드는 마음. 소사의 노래처럼 고통에 무심하지 않고, 전진하는 이가 막막함을 느낄 때 모른 체하지 않고 모여드는 사람들.
지금 이 시간 그 행렬이 전국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멀리 서울의 방구석에 있는 내 가슴이 뛴다. 벅차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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