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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우리는 왜 달리는가

sanna 2006. 6. 24. 01:23

‘아프리카의 여느 아침이다. 영양이 잠에서 깨어난다. 영양은 자기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여느 아침이다. 사자가 잠에서 깨어난다. 사자는 자기가 가장 빠른 영양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굶어죽기 때문이다.’

오래된 이 아프리카 속담은 ‘당신이 사자든 영양이든 해가 떠오르면 당신은 이미 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들려준다. 운동은 곧 생명이다. 식물은 더 많은 햇빛을 차지하려 줄기를 길게 뻗고 동물은 스스로 이동하며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주자(走者)다.

‘숲에 사는 즐거움’ 등의 저서로 유명한 미국 생물학자이자 마라토너인 저자가 동물들에게서 배운 달리기와 진화의 지혜를 담은 책. 고교 때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시작해 계속 거리를 늘려 가던 저자는 마흔한 살이 되던 1981년,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100km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먼 거리를 달리기 위해 무슨 준비가 필요한지 전혀 아는 게 없었던 저자는 생물학자의 이점을 살려 ‘지구력이 뛰어난 다른 선수’(동물)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울트라마라토너가 겪는 수분 및 에너지 고갈과 관련된 과열 상태는 낙타가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다. 낙타처럼 과열 상태를 잘 견디려면 마라토너는 열기에의 직접 노출을 피하기 위해 머리털을 길게 기르거나 모자를 쓰고 헐거운 옷으로 몸을 감싸야 한다.

또 낙타에게서 발견되는 수분 균형 적응 구조가 없으므로 마라토너는 물을 조금씩 자주 마셔야 한다.

청개구리 수컷들의 합창은 최대 산소 섭취량의 약 60%에서 이뤄지는데 이는 장거리 경주를 하는 울트라 마라토너와 비슷하다.

저자는 개구리가 짧게 여러 번 우는 것과 길게 덜 우는 것 중 무엇이 더 근육 내 글리코겐 소모량이 적은지를 연구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수정했다.

동물의 생리학을 상세히 설명한 부분은 낯선 용어가 많아 약간 지루하다. 하지만 저자를 따라 새와 곤충, 영양, 낙타의 몸속 여행을 거쳐 인간의 진화에 이르면 우리 자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는, 긴 여행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저자가 동물과 인간을 비교 연구하며 발견해 낸 인간 지구력의 핵심은 열을 체외로 배출하는 땀샘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 곧 비전(통찰력)이다.

위대한 포식자인 고양잇과, 갯과 동물은 가장 어려운 상대를 먹잇감으로 찾는 게 아니라 어리거나 늙고 약한 가장 쉬운 상대를 찾는다. 반면 인간은 대부분의 먹잇감을 속도로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도록 진화했다.

사자가 먹이를 순식간에 덮치는 행위에는 꿈이 개입할 여지가 없지만, 인간은 먹잇감이 언덕 너머로 사라져도 마음의 눈에 목표로 남겨 둘 수 있다. 꿈은 우리를 멀고 먼 사냥 행위로, 미래로, 마라톤으로 이끄는 등대다. 상상력과 열정으로 고무된 인간의 마음은 진화 과정에서 인간에게 지구력을 부여한 결정적 힘이다.

마지막 궁금증. 그럼 동물과 인간의 진화를 연구해 가며 준비한 울트라마라톤에서 저자가 거둔 성적은?

6시간 38분 21초에 100km를 달려 그해 전국 챔피언이 되었다.

 우리는 왜 달리는가 - 동물들이 가르쳐준 달리기와 진화에 관한 이야기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정병선 옮김
마흔한 살에 도전한 전미 100킬로미터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세계를 놀라게 한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동물과 인간의 생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자신이 고안한 훈련을 통해 마라톤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 달리기와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특유의 우아하고 경쾌한 필치로 풀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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