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지음/문학동네 언젠가 가족 모임에서 아버지에게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물은 적이 있다. 늘 그렇듯 “다시 태어나도 너희들의 아버지로 살지”처럼 식상한 대답을 또 하시겠거니 했는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신부가 되었으면 좋겄다. 부양할 가족도 없고 오로지 자기 믿음대로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 그때 아버지의 쓸쓸한 표정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가장으로 살아온 그 세월, 숫기도 없고 서생으로 살았더라면 딱 좋았을 분이 빈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필사적으로 버텨온 그 긴 시간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요즘도 점점 굽어가는 아버지의 등을 볼 때면 다음 생에선 신부가 되고 싶다 하시던 쓸쓸한 표정이 생각나서, 나는 자주 목이 멘다. 김훈의 소설 ‘내 젊은 날의 ..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자는 것’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읽고 나면 메아리처럼 머릿속에서 울려오는 구절이다. 이 말은 책 속에서 비슷한 말들로 여러 번 변주된다.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 ‘버티면 버티어지는 것이고 버티지 않으면 버티어지지 못하는 것’, ‘삶의 자리는 성 밖에 있는데 버티어야 할 것이 모두 소멸될 때까지 버티어야 하는 것인지’…. 비슷한 말들이 침략국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관료의 입에서도, 얼어 죽는 군병을 살려야 할 때 종친의 옷이나 챙기는 관료의 입에서도, 침략국의 앞잡이가 되어 항복을 강요하는 통역관의 입에서도 흘러나온다. ‘당면한 일’을 어떻게 당면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의 차이, 말들이 난무할 뿐 등장인물들의 성격적 차이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입과 속말을..
그 남자, 쓸쓸하다….김 훈의 소설집 ‘강산무진’ 책장을 덮으며 중년 남자, 아니 중년의 삶이라 해도 좋을 그 목숨의 쓸쓸함이 입 안에서 서걱거린다.힘들어도, 아파도, 아얏 소리 한번 내지르지 않은 채 그들이 묵묵히 감당하는 삶의 무게가 내 어깨에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등으로 아픈 기운이 번진다. 고단한 그들….. 허무한 세상을 묵묵히 감당하며 걸어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등을 쓸어주고 싶다. 한 남자가 있다. 이혼하고 혼자 사는 50대 후반의 기업체 임원. 어느날 느닷없는 간암 판정을 받는다. 너무 늦어버렸다는 사망 선고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뭘까…. 은행에 가서 적금을 해약하고 아내에게 못다 준 위자료를 전달하고 아파트를 팔고 주식을 처분하는 등의 일상 생활 정리이다. 표제작 ‘강산무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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