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으로 향하는 동안 가슴이 두근 거렸다. 살아서 한번은 꼭 보리라 다짐했던 곳, 마추픽추. 하지만 오랜 동경의 대상을 눈앞에 맞닥뜨린 순간은 의외로 담담했다. 비가 내린 직후, 구름이 서서히 걷혀져 가고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뒤 400년이 넘도록 버려진 도시의 폐허치곤 여전히 견고했다. 마추픽추 Machupicchu 의 뜻이 ‘오래된 봉우리’라더니, 숱한 전투와 패배에도 위엄을 잃지 않은 늙은 전사를 보는 듯 했다. 제대로 경의를 표하려면 잉카 트레일을 3박4일간 걸어 찾아와야 제격이지만… 아쉽게도 기차와 버스를 타고 가게 되었다. 쿠스코 근처 오얀타이 탐보에서 1시간반 가량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 마추피추를 오르기 직전의 도시에 도착한다. 흔히들 '마추픽추 타운'이라고 부르는 이 도시는 아구아..
드디어 잉카제국에 발을 들여놓다! 페루가 매혹적인 이유도 덧없이 몰락했으나 아직까지도 신비에 쌓인 제국 때문 아니던가.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1시간 걸려 쿠스코 Cuzco 에 도착했다. 중심가인 엘 솔 El Sol 거리를 따라 올라가면 잉카제국의 몰락을 그려 넣은 대형 길거리 벽화가 사람들을 맞이한다. 쿠스코는 해발 3400m에 있다. 해발 2500m 이상의 고지대에 단시간에 도착했을 때 대부분 고산증을 겪게 된다고 해 미리 고산증 예방약인 다이아막스를 처방받았다. 약도 먹고 아주 느릿느릿 걸었지만 숨이 가쁜 건 어쩔 수 없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코리칸차 (Qorikancha 태양의 신전). 잉카인들의 신전인 이곳을 스페인 정복자들이 허물고 그 잔해 위에 산토 도밍고 교회를 지었다. 정복자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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