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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기는 조카

sanna 2007. 6. 17. 01:09
 

주말인 오늘, 부모님 집에 한밤중에 들어와 사람들을 깨울까봐 조심조심 방에 들어갔더니….

침대 위에 이런 게 놓여있군요. ^^;

13살짜리 조카 작품입니다. 하도 웃겨서 그냥 사진 한번 찍어봤어요~.
태어나서부터 줄곧 미국에 사는 조카가 방학을 맞아 놀러왔습니다. 오늘 제가 밤늦게 가니까 먼저 자라, 했더니 한참 있다가 전화를 걸어 “전부 자면 고모가 외로우니까 방에 사람들을 많이많이 모아놓았어요”고 하길래 뭔 소린가 했죠. 

어찌나 귀엽던지~. 사실은 이 녀석이 저한테 혼날까봐 걱정하는 일이 좀 있어서 미리 알랑대는 것이기도 하고요. ^^; 여우같은 녀석이랍니다. ^^  


이 녀석은 부모에게 배워 한국말을 제법 잘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는지라 단어가 약합니다. 그래서 말할 때 머릿속에서 영어를 열심히 직역해 말하는 모양인데, 황당한 표현으로 제 '큰고모 씨'를 즐겁게 해주고 있지요~.
^^

할아버지가 쓰는 젤 병에 영어로 적힌 사용법을 읽고 설명해드리라 했더니 한참 설명하다가 ‘수염’이라는 단어에서 막혔나 봅니다. “고모, beard가 한국말로 뭐예요?”하고 묻다가 갑자기 “아, 알았다” 하면서 외칩니다.

“얼굴머리!”

이 조카, 아침마다 테니스장에 다닙니다. 어느날 아침에 비가 오길래, 코치 핸드폰 전화번호를 주고 직접 전화를 해서 “안녕하세요. 저는 ○○○인데요. 오늘 수업 하나요?”하고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걸더니 이 조카 다짜고짜 하는 말.

“안녕하세요. 이건 ○○○인데요!”

전화를 걸때 영어에서 자신을 ‘this is~’라고 소개하는 표현을 ‘이건~’으로 직역해 말해버리더군요. -.-; ‘이건~’이 아니라 (‘나는~’도 아닌) ‘저는~’이라고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아~ 한국어가 참 어려워요~~

어느날 제가 나갈 때 따라오고 싶었던지, 절 붙들고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표정을 한 채 아양떠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고모, 이따가 저 가져가세요~

‘take me’에서 take가 ‘가져가’로밖에 생각이 안났던 듯. -.-;

2년 전에도 왔었는데 올해는 제법 자랐다고 자기가 사는 환경과 다른 것들이 눈에 많이 띄는 모양입니다.
걔 눈에 띄는 이상한 것들 중 약간 뜨악했던 것들입니다.

- 사람이 길을 건널라고 하는데 왜 자동차들이 안서고 그냥 지나가요?

- (백화점이나 가게에 들어갈 때) 앞에 들어간 사람이 왜 문을 안 잡아줘요?

- (거리마다 '물결'치는 짝퉁 루이뷔통 가방을 보고) 한국 아줌마들은 루이뷔통을 왜 저렇게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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