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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미친 살리에리가 정신병원의 신부와 환자들에게-
벌써 19년 전의 일이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라고 권했던 한 친구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중 누구에게 공감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알쏭달쏭한 추천사를 덧붙였다.
그 땐 왜 눈에 모차르트 밖에 들어오지 않았던지. 방정맞은 웃음소리, 잔소리를 퍼붓는 장모를 보면서도 악상을 떠올리는 예술가의 천재성에 대한 기억만 남아 있다. ‘보통 사람’ 살리에리는 안중에도 없었으니, ‘공감을 통한 성향 감별이론’을 따르자면 혹시 내가…천재?! 친구는 별 말 없이 웃기만 했다.
19년 후. 얼마 전 우연히 ‘아마데우스’(DVD·워너 브라더스)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번엔 누가 뭐래도 살리에리의 영화로 보이는 거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어떤 성향을 대표하는지 알 것 같았다. 흔히 말하듯 천재와 평범한 사람의 차이가 아니다. 내 생각엔 이 영화는 사람을 두 종류로 분류한다. 질투하는 사람인가, 아닌가.
그간 질투로 속을 끓여본 경험이 어지간히 쌓여서인지, 평생 질투하는 자로 살다 죽은 살리에리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보통밖에 안 되는 사람들의 챔피언’이라는 그의 말은 질투가 만들어낸 자기 파괴의 함정에 빠진 자가 스스로를 비웃는 처절한 조롱이다.
질투를 뜻하는 영어단어 ‘Jealousy’는 프랑스어에서 왔는데 그 어원은 열정, 강한 욕망을 뜻하는 그리스어 ‘Zelos’다. 질투는 강한 열망과 짝패다. 채워지지 않은 소망이 다른 사람에게서 이뤄진 것을 보는 순간,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소망은 질투심으로 돌변한다. 질투심에 가득 찬 마음이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는 순간은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상대에게서 뭔가 흠잡을 만한 점이 발견될 때다.
그런 점에서 때로 모차르트의 경박함을 경멸할 수 있었던 살리에리는 그나마 낫다. 상대의 흠조차 잡을 수 없어서 더 불쌍한 사람이 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불의 전차’(DVD·20세기 폭스)에서 유대인의 콤플렉스를 육상경기에서 이기는 것으로 해소했던 해롤드는 승승장구하던 도중 뛰어난 선수 에릭에게 지고 만다. “더 이상 빨리 뛸 수 없다”고 낙담하던 해롤드에게 더 미칠 것 같은 일은 “에릭이 더 빠르고, 게다가 신사라는 점”이다.
하지만 해롤드에게 ‘질투는 나의 힘’이었다. 에릭을 목표로 삼아 미친 듯 연습을 하던 해롤드는 결국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질투심 덕분에 해롤드는 ‘더 이상 빨리 뛸 수 없던’ 과거의 자신과 경쟁해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질투하는 두 남자 살리에리와 해롤드. 살리에리에겐 질투가 독이었던 반면, 해롤드에겐 힘이었다. 질투의 첫 정서적 반응인 ‘좌절’이 파괴적인 자기혐오로 이어지지 않은 덕택이다.
만약 에릭이 해롤드와 같은 종목에 출전했더라면? 해롤드는 또 졌을지 모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도 해도 안 되면, 높은 곳에 달린 포도를 먹을 수 없게 된 여우가 ‘저건 신포도야’하고 등을 돌리듯, 돌아서는 수밖에. 물론 ‘탐스러운 포도이지만 내 것은 아냐’하고 돌아설 수 있다면, 더 ‘쿨’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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