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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같다던 사랑이 끝장나는 계절...'늦어도 11월에는' 의 영향 때문인지...있는 듯, 없는 듯한 11월, 인디언들은 모두가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부른다던 이 달만 되면 청승맞아지기 십상...그 탓에 유혹적이되 비생산적인 일 (...이 일이 무엇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에 며칠 내리 푹 빠져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시간을 이렇게 쓰면 안 되는데...ㅠ.ㅠ

남의 나라 이야기이긴 하지만 꽤나 생산적으로 11월을 보내는 모임을 발견했다. 
'NaNoWriMo'라는 사이트 (바로가기 클릭) 에선 해마다 11월만 되면 소설쓰기 이벤트를 벌인다. 
11월 1일부터 30일 자정까지 기한을 주고 5만 단어의 소설을 쓰는 온라인 이벤트다. 영어 5만 단어이면 175 페이지짜리 얇은 소설 한 권 분량이 나온다고 한다.
한 달동안 고독한 수도승의 자세 대신 실력 엇비슷한 아마추어 러너들이 가득한 마라톤 대회 출전자의 심정으로 소설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거다. 한국에도 이런 게 있음 재미있을텐데...이 장난같은 이벤트가 벌써 10년째란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이벤트의 이유가 재미있다. '질보다 양' 이라는 거다. 
실력보다 열정, 인내심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시한을 정해놓고 달려가는 것이므로 품질 따지지 말고 생산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독려한다.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경주하듯 자신을 밀어넣고 30일까지 해내느냐 자체에 온 신경을집중하게 되므로 '작품'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실수에 대해서도 스스로 너그러워진다고 한다.
참가자들에게 마구잡이로 쓰기만 하라고 독려하면서 운영자들은 문장부호 활용방법, 플롯을 짜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요령 등 모든 문제를 서로 묻고 돕는 포럼들도 동시에 운영한다. 소설 작법에 대한 가이드북도 제공하고 글쓰기에 수반되는 괴로움과 막막함을 서로 털어놓는 오프 모임도 지역마다 열린다.

한달에 5만 단어라. 그걸 쓰려면 하루에 1700 단어쯤 써야 하는데...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미국의 경우 추수감사절이 끼어있는 달이니, 우리로치면 추석 연휴 때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계속 책상 앞에 붙어 있어야 하는 꼴...그래서인지 참가자에 비해 5만 단어 소설을 완성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11월엔 10만1000명이 참여해 1만5333명이 5만 단어를 달성했다고 했다.

대부분 아마추어 작가들이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초기 참석자 중엔  '코끼리에게 물을' 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새러 그루언이 있다. 그녀는 이 11월 글쓰기 이벤트에서 소설 초고를 다듬었다고 한다. 나중에 몇군데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절당하는 수모를 감내한 뒤 마침내 펴낸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아, 그나저나...하루 1700 단어는 쓰지 못할 망정....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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