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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금요일 밤의 낙서

sanna 2008. 11. 29. 01:13
금요일 밤.
야근을 끝내고 택시 콜 전화를 수차례 걸어봤지만 소용이 없다. 주변에 빈 차가 한 대도 없다고 한다. 자정이 금방 지났으니 택시 잡기 어려운 시간이긴 했다. 조금 꾸물대다가, 이제 길에 나가면 잡을 수 있겠지, 하고 밖에 나갔는데...찬 바람 부는 거리엔 꽤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었다. 뭐야. 경제도 어렵다는데 술들은 마시는군...빈 택시가 돌아다닐만한 시간까지 기다리려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오며 어쩐지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텅 빈 밤거리가 아닌 게 차라리 나아보였다.
시간을 죽이려고 하릴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 어떤 이의 홈피에 들렀다. 몹쓸 병마와 싸우며 너무 장하게 버티고 있는 사람이다. 벌써 몇년째인데도 그 모진 고통 속에서 늘 웃는 얼굴인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세상에 기적이라는 게 있다면 그녀를 위해 일어나야 한다고, 그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오늘 그녀가 홈피에 이런 인용문을 걸어두었다.

나는 어렵고 힘든 삶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리곤 했다.
"나는 지금 내 전기(傳記)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쓰고 있다"

- 이문열의 '사색' 중에서 -

인용문 아래 적어둔 메모에서 그녀는 자신 역시 이 시간을 잘 통과해내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이문열씨를 좋아하지 않지만, 위의 한 구절로 그녀에게 버틸 힘 하나를 보태주었다는 사실에 이문열씨에게, '사색'이라는 책에 무조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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