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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장을 다녀왔다. 역시 집이 좋아~ 
부산 출장 중 '프레시안'에 쓴 글. 길어서 접었다.  (프레시안 바로가기)

11 30 열린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개회식에서는 사소하지만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한국의 개발 경험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상영됐는데,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과정에 대한 내레이션과 함께 화면에는 앳된 얼굴의 '여공(女工)', 노란색 안전모를 건설현장의 노동자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다음엔 고층 빌딩이 빽빽한 서울의 풍경이 등장했고 이어진 장면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연설했다. "우리는 받은 이상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영상이 상영된 부산 총회는 29일부터 1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정부 공동 주최로 열렸고 세계 160 개국에서 참가자들이 모여 '개발효과성' 논의하는 자리였다. '개발효과성'이라니 무슨 골치 아픈 말인가 싶겠지만 실은 간단하다. 개발이 경제적 성장 아니라 소외된 이의 삶을 개선하고 인권을 보장하며 양극화와 불평등을 줄이는데 기여할 있도록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30 개회식에 연사로 나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라니아 압둘라 요르단 왕비 등은 개발의 근본 목표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는 것임을 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나 개회식에서 한국의 성공적인 개발 경험을 소개하는 동영상에 등장한 노동자들은 과연 개발의 주역으로 인정받고 성과를 공유하고 있을까? 한국의 성공적 개발은 이제 장년층이 되었을 노동자들의 , 청년 실업자일지도 모를 그들 자녀들의 삶이 나아지는 데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한국의 '성공적' 개발 경험과 이의 확산을 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참석하는 동안 깊어졌던 의문들이다.

 

 <부산총회 개막식날, 세이브더칠드런과 월드비전이 '건강한 원조'를 촉구하며 벡스코 광장에서 벌인 퍼포먼스>

한국의
개발 경험이 놀랍다는 부인할 없는 사실이다. 한국전쟁 직후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했고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들었던 최빈국이 불과 반세기만에 '부자들의 클럽'이라 불리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해 선진 공여국이 경험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국가 위상 제고' '도약'이라고 강조하는 성공적 개발 경험에서는 경제발전의 성공 사례만 부각될 성장의 이면에 가려졌고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이 누락됐다. 한국의 국가 주도형 개발과 소수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이 심화시킨 산업구조의 불균형, 취약한 내수 기반과 대의 의존성의 심화, 경제적 불평등과 정경유착, 사회적 취약계층과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미비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남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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