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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 홍대앞 카페 슬로비에서 열었던 행사 "초콜릿보다 밥이다" (소개 글 참조) 가 잘 끝났습니다. 며칠 전, 블로그에 행사 초청 글을 올렸던 터라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들려드리려고 간단 후기 올립니다. (제 블로그를 통해 오신 분은 없었습니다. 흑~ ㅠ.ㅠ)
이주여성 지원모임인 '에코팜므'에서 활동하는 콩고의 난민 여성 뇨타가 콩고의 전통요리인 뽄두와 푸푸를 설명하고 직접 만들어 참가자 모두가 시식하는 자리를 가졌고요. 국제개발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전세계에서 동시에 발간한 영양실조에 대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함께 들으며 식량위기, 영양실조의 문제점,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카페 슬로비가 제공한 '그때그때 밥상'으로 함께 저녁을 먹었구요. 요리로 인생을 바꾸려는 청소년들의 모임인 '영 셰프'가 아름다운 커피의 공정무역 초콜릿으로 생초콜릿을 만들어 디저트로 선물했어요. 밸런타인데이에 이만하면 괜찮은 경험이죠? ^^

 

이번 행사는 식량이 넘쳐나는데도 매 시간 300명의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 현실의 심각성을 말하고 싶어서 준비한 것입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흔한 고정관념대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으로 대상화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연결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 그 삶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그저 동정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지속적 연대란 불가능할 테니까요.

내전이나 기후변화,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양실조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평온한 나날일 때 그곳의 밥상은 어떨까, 사람들의 일상은 어떨까...이런 이야기를 음식을 통해 함께 나누고, 평온한 밥상과 위기상황일 때의 밥상을 대비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콩고 전통 음식을 만들어주신 뇨타는 뽄두와 푸푸를 형편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만들어 먹는지를 설명해주고, 평화로운 시절 뽄두를 빻는 여성의 그림 (위 사진 오른쪽) 을 그려와 보여주었습니다. 곡식 낟알을 가릴 때 부르는 노동요도 불러주셨고, 앵콜 요청에 화답하여 케냐 지라니 합창단의 노래로 유명해진 '잠바 송'도 잠깐 불러주셨지요. 콩고 전통 음식 뿐 아니라 식량위기 상황일 때 카사바 가루를 물에 풀어 먹는 죽도 함께 끓여서 참가자들이 두 가지 음식을 비교해서 시식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행사 진행하느라 저는 정작 콩고 음식은 맛을 보지도 못했네요. -.-;;; 짧은 시간이었고, 준비도 미숙했지만 밥상을 차린 저로서는 이런 자리를 만들어본 것이 뿌듯합니다. (이것도 깔대기인가요? ^^;) 평소 맡은 일이 아닌데도 기꺼이 소매 걷어부치고 도와준 후배들도 예쁘고요. 
모쪼록 오늘 참가하신 분들이 색다른 음식을 맛본 경험, 식량이 남아도는데도 많은 이들이 굶주리는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자각과 함께, 료타가 그린 평온한 시절의 그림을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런 소소한 평화를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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