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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쓴 아저씨, 제프리 삭스. 경제학자라는데 도덕 선생님 같다.
경제학 책이라 일단 안보려고 했는데,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딱 하나다. 빌 게이츠가 작년 말 워렌 버핏과 만났을 때 꼭 보라고 추천한 책 중의 하나이기 때문.
그룹 U2의 보컬 보노도 책에 경쾌한 추천사를 썼다.
책을 읽어보니 빌 게이츠의 선행을 칭찬한 구절도 꽤 있다. 설마 그것 때문에 추천한 건 아니겠지만. ^^;
제프리 삭스는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의 경제특별자문관으로 활동했고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UN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입안, 실천을 맡았던 경제학자. 1986~1990년 볼리비아의 대통령 자문역을 지낼 때 인플레이션을 4만%에서 10%대로 끌어내린 전력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인구의 6분의 1 가량이 극단적 빈곤에 처해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극단적 빈곤을 끝장낼 수 있는지를 쓴 책. 빌 게이츠, 워렌 버핏처럼 전세계 1,2위 하는 부자들은 꼭 읽어야 한다. 그들이 할 일이 아주아주 많으므로.
나처럼 월급통장 들여다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사람도 읽을만하다. 경제학에서 ‘시장’은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체급에 밀려 약자는 소외되는 결과로 귀결되는데, 이 책에서 설명한 경제학은 약자에 대한 연대와 배려가 있다. 내겐 경제학 책이라기보담 사회교양서로 읽혔다.
저자가 주장한 ‘임상경제학’ 개념도 인상적이다. 구조조정의 시대인 지난 20년간 부국은 빈국에게 “빈곤은 여러분 자신의 잘못이다. 우리처럼 되라”고 요구해왔다. IMF와 세계은행은 빈국에게 긴축, 사유화, 자유화, 통치구조 개선을 일괄 처방해왔지만 빈국의 산악형 지리, 불충분한 강수량, 말라리아, AIDS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저자는 훌륭한 개발경제학은 임상경제학(clinical economics)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훌륭한 임상의사는 신체가 복잡한 시스템임을 이해하고 증세를 감별, 진단하며 개인이 아닌 가족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그처럼 개발경제학도 경제가 복잡한 시스템임을 현장에서 살피고 감별 진단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으며 가족(지구공동체)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
세계화에 대한 균형잡힌 (? 내가 보기엔) 시각도 좋았다.
자유시장 옹호론자는 성장이 지체되는 모든 경우를 자유시장의 부재로 설명한다. 내버려두면 자유시장의 확대를 동반한 세계화의 물결이 모든 이를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제프리 삭스는 해리티지 재단과 월스트리트 저널이 함께 만든 경제자유지수와 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를 예로 들며 이를 반박한다. 중국은 경제자유지수 값은 낮지만 경제성장이 높다. 반면 스위스, 우루과이는 경제자유지수 값은 훌륭해도 경제성장이 낮다.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경제자유지수에 비해 경제성장 값이 너무나 낮다. 질병과 불리한 지리 때문이다.
아무리 세계화의 물결이 지구를 휩쓴다해도 그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볼 수 없는 안데스 산맥 위, 아프리카 내륙의 나라들이 있다. 시장을 무시한 공산주의자들의 시도가 비참한 실패로 끝났듯, 시장의 힘에만 의지해 경제를 관리하려는 시도도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저자가 자유시장의 확대를 동반한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되레 저자는 1990년 이래 세계화 덕분에 극단적 빈민들이 인도에서 2억명, 중국에서 3억명이 줄었다고 설명한다. 1992~2002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1인당 외국인 직접투자 누적액을 분석해보면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속도가 빠를수록 경제성장도 빨랐다.
저자가 옹호하는 세계화는 ‘계몽주의적 세계화’다. 민주주의와 다자주의의 세계화, 과학과 기술의 세계화, 더 나아가 인간적 욕구를 충족하도록 설계된 전 지구적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실제 성공의 사례를 열거해가며 세계의 치유를 역설하는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면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믿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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