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책은 검도 9단…인터넷 검색 빈도 높고 도발적 제목에 눈길 올해 오늘의 작가상 공동수상작인 소설 ‘백수생활백서’의 제목으로 작가는 ‘탐험과 소유’를 생각했다. 철학책 같은 이 제목은 인텔리 백수인 주인공의 특성과 요즘 유행하는 ‘∼백서’류의 제목을 이어 붙여 ‘백수생활백서’로 바뀌었다. ‘백수생활백서’는 ‘백수’나 ‘백서’로 검색해도 인터넷 검색 결과의 윗줄에 뜬다. 신인 작가의 책인데도 출간되자마자 국내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순위 9위에 진입했다. 인터넷 검색이 책 제목도 바꾼다. 찬찬히 오래 읽기보다 빠른 검색의 시대에 간결하고 시선을 붙드는 감각적인 책 제목의 비중은 점점 커져 간다. 인터넷 서점에서 ‘팀장’을 입력하면 가장 먼저 뜨는 책은 ‘팀장 리더십’. 원제는 팀장과 상관없는 ‘The Ev..
눈썹이 없는 모나리자와 눈썹이 있는 모나리자. 물론 전자가 익숙하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울까. 의 저자인 중국 작가 샤오춘레이는 눈썹과 눈망울이 가득한 여자가 좋다면서 후자의 편을 든다. 글쎄...난 전자가 더 좋다. 눈썹이 없는 모나리자가 더 또렷하고 예뻐 보일진 몰라도 훨씬 덜 세속적이다. 뭔가 초월적이고 비밀을 간직한 느낌...위에 보는 그림처럼 눈썹을 그려놓으니 너무나 세속적인 느낌이 든다. 눈썹 하나가 이렇게 인상을 달리할 수 있다니. 이 책, 참 재밌다. 저자는 '인간은 누구인가'를 묻는 대신, 머리 눈썹 눈빛 코 체취 귀 혀 피부 목 어깨 유방 허리 배 무릎 발 등 신체 각 부위의 미시사를 통해 인간이 누구인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간 신체의 문화사를 다룬 책들이 주로 서양 위주였는..
‘동물을 사랑한다’는 오해…‘동물과의 대화’ 한 사육장에서 소들이 좁은 통로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자 사육사는 전기봉을 들이대며 억지로 소를 몰아넣었다. 이 책의 저자 템플 그래딘은 소처럼 손과 무릎으로 그 통로를 기어가고 동물의 시각에서 흑백사진을 찍어 본다. 저자가 발견한 것은 ‘겨우’ 그림자와 천장에 늘어진 체인. 사람에겐 정말 별것도 아니지만 300kg이 넘는 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동물은 사람보다 더 사소한 것을 본다. 저자가 미세 지향적인 동물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사물의 전체보다 세세한 면에 집중하는 자폐증을 앓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부교수(동물학)로 사회생활을 하지만 저자는 ‘사람보다 동물이 생각하고 느끼는 감각에 더 가까운’ 자폐인이다. 동물과 자..
유혹, 남자 아니라 여자가?… 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 한 심리학자가 남자들에게 여자들의 슬라이드 사진을 보여주고 매력을 평가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남자들 가슴엔 마이크를 달아 스피커에 연결한 상태였다. 남자들에겐 자기 자신의 심장박동을 듣게 된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녹음된 테이프였다. 특정 슬라이드를 볼 때 테이프 속의 박동소리가 갑자기 빨라지게 했다. 실험 결과 남자들은 자신의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여자에게 압도적인 차로 최고의 점수를 줬다.(자기 심장이 뛴 게 아닌데도!)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 주는 듯하다.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아니라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행동학 연구소는 바에서 유혹적 ..
‘우연의 법칙’…우연을 인정해야 운명을 바꾼다 2001년 9월 10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한 은행에서 일하던 펠릭스 산체스는 독립의 꿈을 안고 사표를 냈다. 다음 날 9·11테러로 폐허가 된 무역센터 빌딩의 잔해를 보며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10주 후인 11월 12일 산체스는 뉴욕에서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고 이 비행기는 이륙 직후 추락해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이것은 그의 섬뜩한 운명이었을까. 그 어떤 우연에도 좌우되지 않는 인생의 경로라는 게 과연 있는 걸까. 아니면 단지 우연이 빚은 비극이었을까. 70여 년 전 비슷한 의문을 가졌던 미국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은 지능지수(IQ)가 135 이상이며 도시 중상류층의 자녀인 아이들 1500명의 일생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인생의 경..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 ‘양심에 따라 고려왕실에 충절을 지키다가 선죽교에서 살해당한 정몽주와 몰살당한 그의 가족들, 한편 그를 죽인 뒤 한 왕권을 약탈하고 500년 동안 자손을 많이도 번식한 이방원.’ 어느 쪽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6·25전쟁 때에도 한 동네에서 나름대로 똑똑하고 꼿꼿했던 탓에 공산주의자 혹은 국군에게 학살당한 사람이 있는 반면 머리가 부족했거나 실리에 약삭빠른 덕분에 살아남아 면장 군수 국회의원이 되고 자손을 번식하고 출세시킨 이들도 있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 강하게 살아남는 것이 미덕인 시대에 당대의 석학인 원로 철학자가 털어놓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읽다 보면 차라리 당황스럽다. 저자는 험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유전자의 강함에 자랑스러워하는 대신 ‘생명의 ..
난 소중하니까”…‘행복한 이기주의자’ ‘최선을 다하라.’ 많은 사람들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로 마음에 새기는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말이 사람들을 성취로 몰아붙이고 완벽주의적 가치를 강요하는 가장 파괴적인 말이라고 지적한다. ‘살면서 어떤 일들은 죽을힘을 다해서가 아니라 그냥 하면 안 되는 걸까.’ 저자는 삶의 신조를 ‘최선을 다하자’ 대신 ‘나에게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열심히 해보자. 하고 싶은 것은 그냥 하자’로 바꿔 보라고 권한다. 넘쳐나는 자기계발서 중 이 책이 1976년 출간 이후 1500만 부가 넘게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된 까닭은 이처럼 ‘당연한’ 규범과 가치를 뒤집는 유쾌한 전복에 있다. 국내에서도 그간 해적판이 여러 번 나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정식 판권 계약을 하고 출..
전라도 사투리 현장녹취…‘전라도 우리 탯말’ 김영랑의 시 ‘오매 단풍들것네’를 ‘어머나 단풍들겠네’로 바꿔 읊어 보자. 어떤 느낌인가. ‘오매’로 시작하는 시구의 짠하고 애잔한 정서적 울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지 않는가. 사투리를 쓰면 세련되지 못한 ‘촌사람’처럼 느껴지는 게 일반적 정서다. 그러나 저자들은 사투리를 ‘탯말’로 바꿔 부르며 발상의 전환을 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탯말은 사람이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배운 말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부가 72데시벨(dB)로 말할 때 자궁 내에서는 77.2dB로 들리는 것으로 측정됐다. 태아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어머니 배속에서 ‘영혼의 말’인 탯말을 배운다. 저자들은 ‘표준말이 사무적 공용어라면 탯말은 누가 누구인가를, 자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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