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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더 게임-작업의 기술

sanna 2006. 11. 10. 17:35

‘더 게임’- 미국판 ‘작업의 기술’을 읽다.

이렇게 은밀한 사교(邪敎)조직 같은 모임이 실제 존재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자 유혹을 업으로 삼는 고수들이 비밀 아지트에 모여 가장 효과적인 유혹의 기술을 교류하고 남자들을 가르치는 워크숍을 연다. 비밀 기술로 무장한 ‘선수’들은 밤마다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작업장’인 바와 나이트클럽을 배회한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기자였고 현재 잡지 롤링스톤스의 객원 필자인 닐 스트라우스가 쓴 이 책은 내로라하는 ‘작업(Pickup)’의 고수들, 즉 ‘픽업 아티스트’들의 세계에 대한 르포르타주이자 체험기이다.

페미니스트 혹은 건전한 일부일처주의자라면 도중에 책을 내던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여자들은 늘 게임의 대상으로만 묘사되고 난잡한 성관계에 대한 묘사도 적지 않다.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하기 어렵지만, 기이한 하위문화를 낱낱이 파헤쳤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매력과 거리가 먼 남자였다. 키도 작고 머리는 듬성듬성 한데다 창백하고 구부정하다. 그러나 어느 날 인터넷에 떠도는 ‘여자들을 넘어뜨리는 법’이라는 글을 책으로 써보라는 편집장의 지시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불세출의 픽업아티스트들이 여는 워크숍에 참가하고 제자가 되어 기술을 전수받기 시작한다.  (오른쪽 사진은 위키피디어에서 따온 저자의 사진. 스승인 픽업아티스트의 조언에 따라 머리를 밀었다고 한다)


책의 핵심은 ‘기술 전수’ 대신 별 볼일 없는 ‘쑥맥’ 남자들이 성적 유혹의 세계에 빠져드는 ‘중독의 과정’에 놓여있다. 저자는 처음 여자에게 말걸기부터 시작해 성적 소심함 등의 장벽을 하나씩 제거하고 비밀 기법을 몸에 익혀 어떻게 여자를 먹잇감으로만 공략하는 수컷으로 거듭나게 되는지를 소상히 들려준다. 


그러나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10일 현재 무려 379명이 서평에 참여할 정도로 이 책이 화제가 된 까닭은 걸출한 ‘작업남’들이 쏟아내는 온갖 작업 이론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스승 ‘미스터리’는 매력적인 여자를 일부러 무시해 관심을 끄는 ‘네거티브 기술’, 닿을 듯 말 듯 애태우는 ‘고양이-노끈’이론, 가장 두드러진 수컷으로 우뚝 서는 ‘공작이론’, 3초안에 목표물에 접근하는 ‘3초 법칙’등 밑도 끝도 없는 작업이론을 설파한다.


저널리스트답게 간결한 문체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 책에서 뛰어난 것은 캐릭터 묘사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다 끝내 파멸하는 저자의 스승 미스터리에 대한 묘사는 너무 생생해 눈앞에 그려질 정도다.

마침내 저자는 어떤 작업의 기술도 통하지 않는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고 ‘작업남의 소굴’을 탈출한다. ‘모든 게 실화’라고 서문에 쓰여 있지만, 책을 덮을 즈음이면 성적인 백일몽을 꾼 듯한 기분이 된다.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그러나 해보고 싶다고 드러내 말할 수는 없는 성적 모험기라고나 할까.

THE GAME  닐 스트라우스 지음, 한정은 옮김
주말 밤마다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술집과 나이트클럽을 배회하는 '픽업아티스트'의 세계를 소개하는 논픽션. 여성에게 작업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21세기 '남성용 차밍스쿨'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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